Go to contents

[사설] 바짝 일할 시간 오래 끄는 인사로 낭비 말아야

[사설] 바짝 일할 시간 오래 끄는 인사로 낭비 말아야

Posted July. 30, 2010 08:12,   

日本語

정운찬 국무총리가 어제 담화를 통해 사퇴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작년 9월 취임 이후 세종시 수정안 관철에 다 걸기를 하다시피한 정 총리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10개월 만에 조기 하차하게 된 것은 유감이다. 정 총리 자신도 개인적인 아쉬움을 넘어 장차 도래할 국력의 낭비와 혼란을 방지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불러일으킨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정 총리로서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세종시 총리의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다. 게다가 지방선거 이후 여권 전반의 쇄신이 대세로 부각된 점도 심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 대통령에게 집권 후반기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기 위해 용퇴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었다.

총리 교체가 기정사실화함에 따라 개각 폭이 상당히 커질 가능성이 있다. 개각 얘기가 나오면서 공무원들이 일련의 인사에 촉각을 세우고 눈치를 보느라 일손을 놓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 지도 꽤 됐다. 이러니 개각을 오래 끌어서는 바짝 일할 시간을 낭비해 국정 진도를 떨어뜨리고 국민에게는 인사 피로감만 줄 우려가 있다. 집권 후반기는 우리 사회 모든 부문에서 선진화의 기초를 확실하게 다져야 할 시기이고, 이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기간도 그리 길지 않다는 점에서 한두 달 낭비도 매우 크다.

어떤 후임 총리를 인선할 것인지는 이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구상에 달려 있다. 이 대통령은 경제문제 등 실용적 실질적 실무적 국정에서 능력을 발휘할 총리를 찾을 것인지, 세대교체 또는 정권 재창출 등 정치적 함의가 있는 총리를 선보일 것인지 잘 판단해야 할 것이다. 어떤 경우건 새 총리는 일도 알고 조정과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일국의 총리라면 국민에게 지도자로서의 희망까지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여당뿐 아니라 야당, 그리고 국민 각계와 멋지게 소통할 수 있는 매력도 있어야 한다. 그저 경력이 그럴듯하고 무색무미하며 누구에게도 크게 책잡힐 것 없는 청풍명월()형 명망가()는 피했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기대다. 총리를 포함한 내각이 참으로 속살 꽉 찬 실력 있는 인물들로 채워진다면 임기 후반기임에도 국정에 탄력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그저 대통령의 등 뒤에서 접시 안 깨는 것으로 소임을 다한 것처럼 생각하는 인물은 곤란하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도 변화가 필요하다. 대통령이 만기친람() 식으로 모든 걸 챙기기보다 총리는 물론이고 장관에게도 과감히 권한을 위임함으로써 국정 수행의 부담과 책임을 나눠야 한다. 그래야 현장과 여건에 맞는 정책들이 나오고, 책임 있는 행정도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