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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건설사-저축은행 구조조정 회오리 (일)

대기업-건설사-저축은행 구조조정 회오리 (일)

Posted June. 26, 2010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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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은행단이 500억 원 이상 빚을 진 건설사와 조선사, 해운사 및 기타 대기업의 살생부를 확정함에 따라 해당 기업들은 구조조정의 회오리 속에 들어가게 됐다. 또 금융시장 불안의 뇌관으로 떠오른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채권을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사주는 대신 강력한 자구노력을 요구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저축은행의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할 기업이 대거 선정되면서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도 다시 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침체에 건설업 부실 심화

우리은행을 포함한 18개 채권은행단이 밝힌 부실업체는 모두 65곳으로 지난해(79곳)보다 14곳이 줄었다. 지난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추진됐던 조선업은 지난해 7곳에서 올해 3곳으로,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는 해운업은 10곳에서 1곳으로 감소한 영향이 컸다.

문제는 건설업이다. 건설사는 29곳에서 16곳으로 줄었지만 시행사 17곳까지 포함할 경우 37곳에서 33곳으로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경기회복세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시장 만큼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이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탓에 부실업체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신용위험평가에서 C등급을 받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추진해야 하는 9곳 가운데 시공능력 26위인 벽산건설을 포함해 50위권 이내 대형 건설사가 5곳이나 포함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 중 상장사로 분류된 16곳 가운데에도 건설사가 5곳 포함됐다. 이 중 한 업체는 법정관리 대상인 D등급을 받아 건설업계에서는 줄도산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은행권은 이번 구조조정 추진으로 약 3조 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0.21%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PF 대책은 언 발의 오줌 누기

정부가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PF 대출 부실채권 매입에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를 방치할 경우 금융시스템에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정부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1조7000억 원어치 부실채권을 사준 지 불과 1년 반 만에 4조 원 가까운 부실이 추가로 생긴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저축은행의 부실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를 이미 지났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조치로 저축은행의 PF 연체율이 10.6%에서 6.5%로 낮아지고 BIS 비율도 7.47%에서 8.88%로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공적자금 투입은 저축은행 부실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건설 경기가 계속 악화돼 시행사가 돈을 빌릴 때 지급보증을 선 건설사들이 줄줄이 문을 닫을 경우 이번 평가에서 정상이나 보통으로 분류됐던 PF 대출 8조6000억 원도 상당 부분 부실화가 불가피하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며 올해 안에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추가 부실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부실이 커진 것은 저축은행들이 건설사의 보증만 믿고 사업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채 시행사에 돈을 빌려줬기 때문이다. PF대출 보증은 채무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건설사들도 사업성이 없는 지방 부동산 사업에까지 보증을 남발하면서 부실의 규모를 키웠다.

강력한 구조조정 이어질 듯

채권은행단은 워크아웃 추진 대상으로 선정된 38곳에 대해선 기업 살리기에 중점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자산 매각 등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포함한 경영정상화 계획을 마련하는 것을 전제로 신규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으로 경영사정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협력업체는 자금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협력업체는 어음할인 등 자금 지원 요청을 적극 수용하고 중소기업 신속지원 프로그램인 패스트트랙도 활용할 계획이다.

저축은행은 공적자금 지원이라는 당근을 준만큼 채찍도 병행한다는 게 금융당국 방침이다. 우선 해당 저축은행과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뼈대로 한 경영개선협약(MOU)을 맺고 대주주 증자, 자산 매각 등을 통해 BIS 비율을 1년 안에 8% 이상으로 올릴 것을 주문하기로 했다.



차지완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