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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유혈사태 숨 고르기 (일)

Posted April. 13, 2010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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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정부가 1992년 이후 최악의 유혈사태로 기록된 10일 무력충돌 상황에서 신원 불명의 괴한들이 군경과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로 총기를 난사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진상조사에 나섰다. 유혈사태로 번졌던 시위는 일단 태국 신년 축제를 앞두고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유혈사태 책임 공방

수텝 트악수반 안보담당 부총리는 12일 이번 유혈사태는 시위대에 불순한 의도를 가진 세력이 섞여있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밝혔다.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그는 빨간 옷을 입고 총기를 든 인물들이 시위대에 섞여 있다가 진압이 시작되자 군경과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로 난사했다고 주장했다. 또 시위대가 진압 군경들을 향해 던진 최루탄과 유탄들도 태국 군에서 사용하는 것들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태국 수도경비사령부도 군인들과 시위대에게 M79유탄발사기를 쏜 괴한들에 의해 유혈충돌이 촉발됐으며 이들은 범행 직후 봉고차를 타고 도주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시위 취재 방송사들 카메라에는 빨간 옷을 입고 시위진압군과 시위대를 향해 총기를 쏘는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담겼다. 유혈사태가 벌어진 랏차담넌 거리 폐쇄회로(CC)TV에도 검은 옷을 입고 방패까지 든 괴한들이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장면이 담겼다. 반면 시위대 지도자 낫타웃 사이꾸아 씨는 시위대가 총을 발사했다는 정부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오히려 시위대를 향해 유탄이 무차별로 발사됐지만 군경들이 막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든 시위

1315일 신년 축제인 송끌란 연휴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유혈사태 발생 직후 정부와 시위대는 모두 한발 물러나 숨을 고르는 양상이다. 그러나 정부가 군을 시위현장에서 철수시키겠다며 평화협상을 제안했지만 시위대가 거부함으로써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시위대는 사망자 14명의 시신이 든 관을 앞세우고 연휴 기간에 방콕 시내를 행진하겠다고 밝혔다.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가 조기 총선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일단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아피싯 총리는 이미 3월 말에 시위대에게 1년 9개월 남은 임기 중 1년을 반환하고 9개월만 채우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한편 연휴 기간 방콕 곳곳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각종 행사들이 모두 취소됐으며 외국인 관광객들도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태국산업협회는 12일 관광업계는 이미 350억 밧(약 1조2000억 원)의 피해를 봤으며 올해 태국 경제성장률도 전망치보다 1%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로이터통신 영상기자였던 일본인 무라모토 히로유키(43) 씨가 10일 밤 시위현장에서 총격을 받고 숨진 데 대해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는 태국 정부에 진상조사를 요청했다. 같은 날 한국 교민 1명도 시위 현장을 지켜보다가 갑자기 날아든 파편에 왼쪽 어깨에 경미한 부상을 당해 인근 병원에서 몇 바늘 꿰맸다고 외교통상부가 12일 밝혔다. 방콕 구급의료센터에 따르면 10일 오후 유혈 사태로 숨진 사람은 12일 현재 시민 17명과 군인 4명으로 집계됐으며 부상자는 858명에 이른다.



주성하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