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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심야 게임 셧다운

Posted April. 13, 2010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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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아들을 조국에 바치는데 나는 아들을 게임에 바쳤어요. 천안함 침몰사고를 TV로 지켜보던 지인이 한숨을 내쉬며 한 말이다. 이들 모자의 게임전쟁은 드라마로 만들어도 충분할 듯 하다. 초등학교 때 닌텐도와 같은 게임기를 통해 게임에 입문한 아이는 이후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온라인게임으로 빠져들었다. 어머니는 출근할 때 컴퓨터 보드를 뜯어가기도 했지만 아이는 PC방으로 옮겨 게임을 계속했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학교 성적은 뚝 떨어졌다.

한국청소년상담원이 초중고 15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9.3%가 게임중독 증세를 보였다. 남자 청소년은 39.9%가 게임중독이었다. 남자아이들이 게임에 더 잘 빠지는 것은 오랜 수렵생활에서 사냥하던 본성이 남아 있는 탓이라는 해석도 있다. 게임에 중독 되면 폭력성, 공격성, 언어파괴, 성충동 등 여러 폐단이 나타나지만 현실과 가상세계를 혼동하는 부작용이 가장 심각한 편이다. 게임 속에서 몇 시간 전투를 하다가 나오면 흥분감은 그대로이고 현실감각은 사라지는 것이다.

정부가 9월부터 청소년의 이용 비율이 높은 메이플 스토리 마비노기 바람의 나라 등 3개 게임에 대해 심야시간(자정오전8시) 접속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피로도 시스템의 적용대상도 확대하기로 했다. 피로도 시스템이란 게임을 시작한 뒤 일정시간이 지나면 이용자가 게임 아이템을 얻는 속도를 늦추게 하는 제도다. 게임의 재미를 떨어뜨려 몰입을 방해한다. 인터넷게임에 빠져 갓난아기를 굶겨 죽인 부부가 나타나는 등 게임중독의 폐해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게임 과()몰입의 방지 대책이다.

온라인게임의 수출액이 영화수출액의 50배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한국 게임의 경쟁력은 대단하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 게임중독자 비율 또한 높다. 한국 청소년은 학원 수강 등으로 귀가시간이 늦은 편이고 게임 파트너도 밤중에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심야에 게임을 많이 한다. 심야시간 접속제한 조치를 실시한다 해도 청소년이 어른의 주민번호를 조작해 접속하는 사례가 있을 수 있다. 게임중독을 예방하는데 부모의 사랑과 관심만으론 불충분하다. 정부가 치밀한 정책을 구사해 효과를 거두기 바란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