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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아이패드 이후

Posted April. 05, 201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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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3일 애플의 아이패드가 시판됐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의 중간 형태인 들고 다니는 모니터다. e메일, 인터넷 검색, 문서 작성 및 편집은 물론 동영상 재생, 게임, e북(전자책) 읽기도 가능하다. 9.7인치 풀터치 화면에 빠른 반응속도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활용성까지 갖췄다. 2007년 아이폰 출시 때처럼 며칠씩 텐트를 쳐놓고 기다리던 열성 고객은 없었어도 사전예약으로만 50만 대를 팔았고 올해 500만1000만 대가 팔리리라는 전망이다.

USB 포트와 카메라가 없어 값비싼 장난감이라는 혹평도 나온다. 하지만 아이폰처럼 진화가 이뤄지면 콘텐츠와 휴대기기 시장의 변화 중심이 될 경쟁력이 있다. 새 시장을 창출할 가능성도 크다. 교육 콘텐츠와 결합하면 미래형 교과서가 될 수 있다. 기업을 위해 보안을 강화하고 용도별로 사양을 차별화할 수 있다면 의료 유통 사무용 기기로도 경쟁력이 있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뛰어넘어 정보기술(IT) 업계의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2001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처음 소개한 이후 태블릿 PC(무선인터넷이 가능한 이동식 PC)가 여럿 등장했지만 성능이나 터치감에서 만족도가 낮았다. 이번의 아이패드는 저렴한 단말기 가격과 통신비 덕분에 만능기기로 발전할 여지가 크다. 아이패드를 계기로 태블릿 PC 전쟁이 시작돼 신개념 단말기도 쏟아져 나올 것이다. 미국의 HP 델 MS와 국내의 LG전자 삼보컴퓨터가 태블릿 PC를 준비 중이다. 관련 애플리케이션도 더 풍부해지고 소프트웨어 업계도 바빠질 것이다.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했던 국내 IT 업계가 요즘 뒤처지는 느낌이다. 정부와 이동통신 업계가 스마트폰을 다른 나라보다 2년 늦게 도입한 소극적인 전략도 주요한 원인이다. LG경제연구원 김영건 선임연구원은 애플은 사용자 경험을 기반으로 하드웨어, 운영체제(OS), 콘텐츠를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했다면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업체가 제각각 뛰던 시대는 끝났다고 해석했다. 지금이라도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와 제품 경쟁에 나설 필요가 있다. 종전처럼 하드웨어 단품 전략으로는 아이폰 아이패드의 벽을 넘을 수 없다.

홍 권 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