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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의 본드걸 이젠 추억속으로

Posted March. 27, 2010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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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딱 한 번만 남았다. 보고 싶어도 두 번 다시 보지 못한다.

피겨 여왕 김연아(20고려대)는 올 시즌 자신의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딱 한 번 남겨뒀다. 시즌 마지막 대회인 세계선수권을 마치면 영화 007 제임스 본드 메들리와 조지 거슈윈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는 자료 화면에서만 볼 수 있다.

피겨는 종목 특성상 같은 프로그램으로 한 시즌을 치른다. 김연아와 같이 세계 정상급 선수는 최대 6번 대회에 나갈 수 있다. 올 시즌 김연아는 두 차례의 그랑프리 대회와 그랑프리 파이널, 올림픽, 세계선수권 등 5번의 대회에 출전했다. 4대륙선수권대회는 올림픽에 전념하기 위해 불참했다.

김연아는 주니어 시절을 제외하고 자신이 했던 프로그램을 다시 사용한 적은 없다. 다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제약은 없지만 지난 시즌 프로그램을 다음 시즌에도 사용하게 된다면 심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없다. 아이스쇼에서조차 김연아는 자신의 프로그램을 선보이지 않았다. 김연아의 프로그램은 오직 대회에서만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김연아가 본격적으로 작품을 들고 데뷔한 20012002시즌부터 연기를 펼친 프로그램은 모두 13개다. 처음으로 국제무대에 자신의 프로그램을 선보인 것은 20042005시즌이다. 쇼트프로그램은 스노스톰, 프리스케이팅은 영화 옌틀(Yentl)의 아빠, 들리시나요(PaPa, Can you hear me?)였다. 이 프로그램으로 김연아는 처음으로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시니어에 데뷔한 20062007시즌에는 지금도 피겨 팬에게 회자되는 프로그램을 들고 나왔다. 바로 쇼트프로그램 록산느의 탱고와 프리스케이팅 종달새의 비상이다. 당시 16세에 불과했지만 록산느의 탱고에서 김연아는 스페인 무희를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고 풍부한 표정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1980년대 최고 스타 카타리나 비트의 카르멘과 비교될 정도였다. 한 해설자는 생중계하면서 이렇게 음악과 연기를 조화시키는 선수는 보지 못했다고 극찬했다. 이 연기에 반해 김연아의 팬이 된 국내외 팬들이 많다. 이 뒤로 김연아는 강렬한 연기가 나에게 맞는 것 같다며 프로그램 선택 기준을 밝혔다.

김연아가 세계선수권대회 첫 정상에 올랐던 20082009시즌의 연기는 첫손가락에 많이 꼽힌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인터넷 사이트인 트위터에서 진행된 당신이 생각하는 김연아 선수의 최고 프로그램은?이라는 설문조사에서 20082009시즌 쇼트프로그램인 죽음의 무도가 1위를 차지했다. 올 시즌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이 2위, 록산느의 탱고가 3위에 올랐다.

김연아 자신이 지금까지 사용한 프로그램 중 가장 최고로 꼽는 것은 무엇일까. 김연아는 이에 대해 모든 프로그램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하나를 위해 1년 가까이 수없이 빙판 위에서 넘어지며 훈련한다. 그런 만큼 순위를 매기기는 아쉬웠던 것이다. 이제 김연아는 다음 시즌에는 새 프로그램으로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매 시즌 최고의 프로그램을 탄생시켜 왔기에 우리가 벌써부터 다음 시즌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김동욱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