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B1/침체된 시장에 부동산 버블논쟁

Posted March. 26, 2010 03:01,   

日本語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국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해묵은 논란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집값 폭락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반응이지만 민간경제연구소들과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는 버블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보고서와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가격이 급등할 때 불거지는 게 통례인 버블 논쟁이 요즘처럼 거래가 실종되고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제기되는 것도 이례적이다.

버블 논쟁이 불붙게 된 계기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의 세계 집값 동향이다. 산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8년 초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미국(17.4%)과 영국(15.3%), 일본(6.3%) 집값은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유독 한국만 2.5% 상승했다. 세계적인 부동산 거품 붕괴 현상에도 과잉 유동성과 뿌리 깊은 부동산 불패()의 투기 심리가 한국 집값을 비정상적으로 떠받쳤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과거 한국의 주택가격이 수차례 조정을 받은 데다 여전히 자기 집을 장만하려는 수요가 많은 만큼 우려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많다.

집값 버블 논란의 핵심은 수도권이다. 국민은행의 전국주택가격조사에 따르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주택가격은 2000년 1월 이후 올 2월까지 10년간 109.3% 상승했다. 하지만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평균 집값 상승률은 같은 기간 66.8%에 그쳤다. 수도권 집값 상승률은 2005년 이후를 봐도 42.7%로 전국 평균(26.1%)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에 집값을 뺀 다른 부문에선 2000년대 들어 수도권 집중 현상이 눈에 띄게 완화되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수도권 인구 순유입 규모가 2002년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제조업 일자리 수와 1인당 지역내총생산, 지역경제의 생산효율성 등 지표에서도 확연히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비관론자들은 이처럼 인구유입 추이나 경제상황을 봤을 때 당연히 하락해야 정상인 수도권 집값이 최근 몇 년 동안에도 계속 오르는 점은 명백한 버블의 징후라고 주장한다.

산은경제연구소는 국내 가계소득 대비 집값을 분석하면서 이 같은 버블론에 힘을 실었다. 2008년 기준으로 연평균 가구소득 대비 아파트 가격은 한국이 6.26배로 미국(3.55배)이나 일본(3.72배)보다 월등히 높았다. 연구소 측은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가구소득 대비 12.64배인 점을 들어 2006년 미국의 부동산 버블 때보다 정도가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아파트 가격 하락 가능성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수도권과 지방의 아파트 가격이 동반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저출산에 따른 30, 40대 실수요 인구의 감소 등 인구학적 변화로 머지않아 집값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부동산 버블 논란이 계속 번지는 양상을 띠자 이에 대한 견해를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국토해양부는 24일 최근 집값 논란에 대해 해명하는 자료에서 1987년부터 작년까지 소비자물가는 178% 상승한 반면에 전국 주택가격은 141% 상승에 그쳤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두 지표를 감안했을 때 한국의 부동산을 버블로 볼 수 없다고 평가한 바 있다고 선을 그었다. 버블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측은 한국인의 주택 소유욕이 여전히 왕성하다는 점도 내세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집을 사겠다는 응답자는 1%에 그쳤지만 80%는 내 주택을 소유해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의 버블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나 방법이 정립돼 있지 않아 이번 논란이 쉽게 정리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1인 가구의 증가로 소형 아파트의 가격이 오르고 중대형 인기가 시들해진 것을 감안하면 규모나 입지에 따라 전망을 달리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많은 사람이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집값은 급락했지만 한국만 떨어지지 않은 것을 주시하는데, 이를 버블로 볼 게 아니라 한국의 대출규제가 이전부터 잘 작동해왔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