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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안양초등생 죽인 사형수는 지금도 법의 빈틈을 찾고 있다 (일)

2007년 안양초등생 죽인 사형수는 지금도 법의 빈틈을 찾고 있다 (일)

Posted March. 13, 201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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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동아일보사 편집국으로 내용증명 편지 한 통이 날아왔다. 보낸 사람은 2007년 12월 25일 경기 안양에서 10세, 8세 여자 초등학생 2명을 성추행 살해하는 등 3명의 부녀자를 죽인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지난해 2월 대법원에서 사형 확정판결을 받은 정성현 씨(41)였다.

정 씨는 이 편지에서 동아일보 1월 28일자 A8면에 실린 법무부, 검찰, 사법개혁 바람타고 형소법까지 개정 추진 기사 속에 인용된 나에 대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안양 초등생 사건에서 성추행을 하지 않았고 두 어린이를 우발적으로 죽였지만 고의적 살인은 아니었다며 납치, 살해라고 쓰는 것은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또 검찰에서 협박, 강요를 당해 허위자백을 했기 때문에 담당검사가 처벌을 받을 때까지 항고와 재정신청을 할 것이라고 적었다.

정 씨가 어떤 이유로 그 같은 주장을 펴고 있는지 더 자세한 얘기를 듣기 위해 12일 낮 12시 반경 정 씨가 수감돼 있는 서울구치소에서 그를 면회했다. 유리벽 너머에는 가슴팍에 사형수를 뜻하는 빨간 명찰에 수감자 번호 2013번이 새겨진 수의()를 입은 정 씨가 먼저 들어와 기다리고 있었다.

고소를 했으니 내 이름을 알고 있죠?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아서 찾아왔다고 말을 건네자 정 씨는 재정신청 재판을 준비 중인데 그런 기사가 나가서 고소를 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내가 무죄를 주장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자가 두 아이를 목 졸라 죽인 것은 사실이지 않으냐고 묻자 정 씨는 목을 조른 것이 아니라 호흡기를 막아서 질식사한 거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편지에 적은 대로 안양 초등생 사건은 내가 음주, 환각 상태에 있을 때 일어난 일이며, 납치나 고의적 살인이 아니라 우발적 치사였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또 법원이 내가 두 어린이를 납치하고 성추행했다는 증거가 없는데도 재판을 잘못했다, 담당검사를 5차례나 고소했는데 기각돼 재정신청을 냈다. 검찰에서 조사받던 상황은 다 녹화돼 있다. 그걸 확인하면 (검사의 협박으로 허위자백을 했다는 것을) 다 알 수 있다고 했다.

당신의 주장대로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었다고 해도 두 어린이가 죽었다. 가족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갖고 반성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정 씨는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수사기관에서 묻는 대로 다 인정한 것은 반성했기 때문이다. 내가 반성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라고 했다. 방 안 스피커에서 면회시간이 1분 남았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법무부가 사형 집행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재정신청 사건 재판에서 내가 한 일은 한 일대로, 하지 않은 일은 하지 않은 대로 밝혀질 것이라고 답한 뒤 교도관을 따라 면회실을 떠났다.

정 씨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A 검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 씨가 자신을 여러 차례 고소한 데 대해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A 검사는 조사과정에서 정 씨가 두 초등학생을 살해한 과정을 진술하면서 너무 담담하게, 어찌 보면 장난치듯 이야기를 해 야단을 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후로는 나나 정 씨 모두 사형이 선고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정 씨가 원하는 음식도 사다 주고 개인적 이야기도 한참 들어줬다며 그렇게 가까워진 끝에 자백을 했던 정 씨가 재판과정에서 자신의 진술이 유죄의 증거가 되자 마음을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성철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