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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폐허에 뿌려진 IT씨앗 중남미의 한국 꿈꾼다 (일)

내전 폐허에 뿌려진 IT씨앗 중남미의 한국 꿈꾼다 (일)

Posted January. 14, 2010 09:06,   

이런 곳에서 젊은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을까. 발걸음을 ITCA 중앙캠퍼스 안으로 옮겼다. ITCA는 엘살바도르 국가 발전에 필요한 기술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 설립된 정부 출연 산학협동 교육기관이다. 매년 8만 명의 졸업생이 배출된다.

훈련원 내 첨단기술교육센터 메카트로닉스 강의실. 학생 루이스 푸엔테스 씨(22)와 사비에르 바스케스 군(18)이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을 축소한 시뮬레이션 장비의 작동 순서 설계에 여념이 없다. 설계를 마친 뒤 장비가 작동하자 모터의 연결, 전류의 흐름이 한눈에 보였다. 이 장비들은 실제 자동화시스템과 똑같으면서 프로그래밍에 따라 어떤 작동 결과를 보이는지 학생들이 트레이닝할 수 있도록 특별히 제작됐다.

이 훈련원의 핵심 교육과정인 첨단기술교육센터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20072009년 생산자동화 실습 장치와 첨단 네트워크 장비(80만 달러)를 무상 지원해 설립됐다. 엘살바도르에서 이런 장비를 갖춘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이곳에 입학하기 전 다른 공대를 졸업했다는 푸엔테스 씨는 기계공학을 공부했지만 실습 한 번 제대로 못했고 산업 현장에서 아무 쓸모가 없었다고 말했다. 바스케스 군은 내가 뭘 실수했는지 알 수 없는 구식 장비와 달리 한국의 최첨단 장비는 설계에 따른 작동 과정을 실감나게 연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상한 건 이들의 포부였다. 단지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에 머물지 않았다. 푸엔테스 씨는 기업에서 시키는 일만 하려는 게 아니다. 한국의 앞선 기술을 활용해 엘살바도르 기업 환경을 개선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에프라인 히메네스 씨(21)는 우리가 배운 기술은 수년 뒤 엘살바도르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니엘 코엔 훈련원 이사장은 기업에 혁신을 제안하는 전문가로 학생들을 성장시키겠다며 이들은 엘살바도르 기술 경제의 중추가 될 제조업과 정보기술(IT) 분야의 선구자로 활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1970년대 중미 최대의 신흥공업국으로 부상했으나 오랜 내전 탓에 저개발국가로 전락한 엘살바도르. 젊은이들의 박탈감이 심각하다고 들었다. 그러나 훈련원 학생들에게서는 치안 불안과 마이너스 경제 성장(2009년 경제성장률 3.3%)의 상실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학생들은 한국이 지원한 첨단 장비로 엘살바도르의 재도약을 꿈꾸고 있었다. 그 의욕은 한강의 기적을 가능하게 한 1970, 80년대 한국의 산업역군을 떠올리게 했다. 실제로 카를로스 오로스코 학장도 한국을 발전모델로 삼았다고 말했다. 김은섭 엘살바도르 KOICA 사무소장은 엘살바도르인들은 한국인처럼 근면하고 적극적이어서 인프라만 제공되면 한국식 경제 기적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KOICA의 무상지원은 훈련원을 넘어 엘살바도르 전국의 공립학교 학생들에게 IT 미래의 꿈을 키워주고 있다.

어떤 부분이 문제죠?

다음 날 ITCA 중앙캠퍼스 내 컴퓨터 원격수리센터. 전화벨이 끊임없이 울리고 헤드셋을 낀 훈련원 졸업생들이 원격제어시스템에 접속해 공립학교들의 컴퓨터를 수리해 주고 있었다. 수리센터는 KOICA가 장비를 무상 지원(70만 달러)해 2008년 세워졌다. 현재 엘살바도르 공립학교 5000곳 중 720곳(학생수 50만 명)에 혜택이 돌아간다. 올해 대상 학교를 120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에멜리나 차콘 교수는 원격제어시스템은 지역 컴퓨터 전문가가 부족한 엘살바도르에서 혁명과도 같은 도움이라고 말했다.

또 이곳에는 KOICA가 무상 지원(268만 달러)한 컴퓨터 재활용센터가 4월 완공된다. 고물 컴퓨터를 새 컴퓨터로 재탄생시켜 전국 학교에 지원하는 곳이다. 재활용 서비스는 KOICA가 지원한 장비를 활용해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진행 중이다. 컴퓨터 1000대가 새롭게 태어났다. 프리니 살다냐 부총장은 엘살바도르에서 독일 일본이 활발한 무상원조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IT 분야는 한국만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운영 노하우까지 성심껏 전수한 한국에 고마워했다. 리카르도 과드론 교수는 한국 방문 연수를 통해 엘살바도르에서 접하지 못한 새로운 교육 방식을 배운 점이 크게 도움이 됐다며 그렇지 않았으면 장비가 무용지물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 레네 브루노 씨(26)는 한국을 경제만 발전한 나라로 알았다. 첨단 장비와 선진 기술을 진심으로 공유하려는 모습을 본 뒤 의식 있는 나라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국은 엘살바도르에서 경제 부흥의 살바도르(스페인어로 구세주라는 뜻)처럼 여겨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