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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에 홀•리•다 (일)

Posted January. 11, 2010 08:16,   

10일 오후 4시. 서울 용산구 한강로 용산CGV극장은 관람객들로 가득 찼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아바타 때문이다. 이 극장 11개 관 중 4개 관에서 아바타를 상영했지만 오후 4시 반경 표가 대부분 매진됐다. 부부 동반으로 극장을 찾은 오점운 씨(61)는 한 달 전에 예매했다. 주변에서 하도 아바타 봤냐고 물어서 보러왔다고 말했다. 극장 측에 따르면 아바타 아이맥스(IMAX초대형 화면 영화 상영 기법) 3D의 예매율은 97%. 극장 관계자는 8일 오전에 1427일분 아이맥스 3D 예매를 받았는데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예매가 끝났다고 말했다.

아바타 예매 전쟁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CGV도 가족단위로 아바타를 보려온 관객들로 붐볐다. 다른 영화와 달리 장년층도 많았다. 송파CGV도 마찬가지. 아이 셋과 함께온 회사원 박종대 씨(45)는 용인에 거주하는데 아바타 보러 송파까지 왔다. 오전 11시에 왔는데 전부 매진이라 오후 4시 30분 것을 끊고 시간 때우다 왔다고 말했다. 가히아바타 열풍이다. 10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아바타는 9일 10일 현재 747만명을 관람해 외화 최다 관객기록(약 744만 명)을 세웠다.

특히 이 영화는 기존 영화와 달리 3D로 제작됐기 때문에 대형 3D상영관에서 봐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는 소문 때문에 예매전쟁이 치열하다. 아이맥스관이나 일반관에서 3D로 보거나 디지털 영화로 보는 3가지 종류가 있는데 3D 상영관이 적어 예매가 별따기다. 회사원 서모 씨(46서울 대치동)는 네 가족이 함께 보려고 2주 이상 인터넷 예매에 매달리다 간신히 두 자리만 구했다. 나와 큰 아이는 먼저 보고 아내와 작은 아이는 나중에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바타 홍보담당 이명진 과장은 3D는 1만 3000원으로 일반 극장가격의 2배 가까이 높지만 인기가 더 많다며 예매하면 적어도 2주 후에나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아바타를 여러 번 보는 사람도 많다. 2D영화를 본 관객이 3D 상영관에서 보고 또 다시 3D 아이맥스로 본다는 것. 대학생 박수환 씨(27)는 2D으로 봤다가 영상이 너무 뛰어나 3D로 다시 봤다고 말했다.

아바타 패러디 등 각종 유행 확산, 3D 관련 산업계는 웃음

영화가 인기를 끌다보니 각종 아바타 놀이가 유행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오마바 미국 대통령, 축구선수 베컴 등 유명인의 사진을 이용해 피부가 파란 영화 속 나비족으로 바꾼 합성사진이나 자신의 모습을 아바타로 변신시킨 사진만들기 놀이가 확산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또 국회 본회의장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사진을 두고 아바타 접속 중인 모습이라고 소개하는 등 유머의 소재로도 활용하고 있다.

산업계도 아바타 열풍의 영향을 받고 있다. 영화 흥행 후 3D관련 주가가 상한가를 치고 있으며 아바타를 볼 때 사용하는 3D안경 보급도 급격히 늘어 올해 중 5000만 개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화계는 아바타를 향후 불법 다운로드를 막을 대안으로 꼽힌다. 3D영화는 PC모니터 화면으로 보면 제대로 관람할 수 없기 때문. 회사원 방준영 씨(29)는 보통 영화를 다운 받아보는데 아바타는 극장에 가서 봤다고 말했다.

왜 아바타에 열광하나

영화관계자들은 아바타에 열광하는 이유로는 3D, 거대한 스케일 등 화려한 볼거리 가족단위 관람이 적합한 점 미국일방주의를 내포한 기존 할리우드 영화와 달리 외계인, 인간, 자연이 공존하는 상호주의를 내세운 점 등을 지적했다. 하지만 아바타 인기는 대박영화라는 영화적 관점을 넘는 사회적 현상이 함께 내포돼있다는 지적도 있다.

관객들은 실직, 취업 등 답답한 현실을 잊기 위해 아바타만한 영화가 없다고 말한다. 회사원 박재석 씨(38)는 전쟁 중 다리를 잃은 주인공이 자신과 연결된 나비족 신체에 접속해 산, 들을 뛰어다니고 익룡을 타고 하늘을 나는 등 원초적 육체를 활용해 자연을 누비는 모습이 큰 청량제가 됐다고 말했다. 즉 인간에게 내재돼있는 원시() 성에 대한 갈망을 자극했다는 것.

국내 특유의 사이버문화와의 연관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주인공은 다리가 불구인 현실보다는 아바타에 접속해 활동할 때 오히려 살아있음을 느낀다. 이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다양한 활동으로 정체성을 구현하는 국내 사이버문화와 비슷하고 이런 점이 관객들에게 소구력이 컸다는 것.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아바타의 개념은 한 사람의 본질이 아니라 껍데기인데 영화에서는 반대로 아바타가 본질이 된다며 이는 현실이건 사이버 공간이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는 공간과 그 속 삶을 중시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