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삼성-LG-SK, 시장 공략 돌격모드로

Posted November. 09, 2009 09:06,   

日本語

삼성전자는 10일 중국 쑤저우()에서 중국 내 공장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글로벌 혁신 데이를 연다. 이윤우 부회장이 주재하는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를 비롯해 이근희 중국삼성 사장과 중국 각 지역의 지법인장, 제조생산 인력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한국 공장의 혁신 사례를 후이저우(), 톈진(), 웨이하이() 등 중국 지역의 각 생산 거점에 전파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지 사업 점검에 머물지 않고 중국 내 제조업 혁신 방안 논의가 포함된 점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LG, SK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정조준하고 나섰다. 그동안의 중국 사업을 재점검하는 한편 본격적인 공격 모드로 전환하고 나선 것. 이는 중국이 올해 8% 안팎의 고도성장을 구가하면서 세계의 공장뿐 아니라 세계 주요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데다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내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혁신 데이는 그동안 중국을 인건비가 싼 단순한 생산거점으로 봤던 인식에서 벗어나 중국도 한국 못지않게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은 다목적 생산 거점이 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중국 현지 기업들의 추격과 일본 대만 등 글로벌 회사들의 경쟁에 맞서 삼성전자도 중국 내 공장의 생산 능력을 한 차원 높여보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삼성전자가 2조6000억 원을 투입해 쑤저우에 짓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장이다. 종전에도 쑤저우에는 한국에서 LCD 패널을 수입해 쓰는 조립형태의 LCD 모듈 공장이 있었지만 이번에 LCD 패널까지도 쑤저우에서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23년 전 삼성전자는 중국 정부의 투자 유치 러브 콜을 받고도 꿈쩍하지 않았다. 그런데 일본 샤프와 LG디스플레이가 최근 LCD 패널라인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고, 대만 LCD업체인 AUO와 CMO도 중국과의 양안() 관계 개선에 힘입어 중국 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 중국 업체도 6세대 LCD 패널라인을 가동하는 등 한국(8세대)을 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중국 중앙정부가 LCD 패널에 대한 관세를 올릴 계획이어서 중국 내 공장을 짓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지금 중국에 LCD 패널 공장을 짓지 않으면 눈앞에서 시장을 놓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중국 내수시장 전략을 종전 프리미엄 전략에서 매스티지(Masstige대중적 명품)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유층과 대도시를 공략하는 기존 전략을 유지하면서 라오바이싱(대중), 중소도시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도 심각하게 중국 사업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등 SK그룹의 주요 최고경영자(CEO) 30여 명은 2일 중국 베이징()에 집결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중국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통신과 에너지사업이 성공했다고 해서 이 전략이 중국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자만하지 말고, 통신과 에너지가 아닌 제3의 성장동력을 찾으라는 뜻.

실제로 SK그룹은 그동안 중국 시장에 20년 가까이 공들인 데 비하면 성과가 미미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고 최종현 선대 회장이 한중수교 밀사로 활약했고, 2007년 최태원 회장은 중국은 SK의 제2 내수 시장이라는 항저우() 선언을 했다. 하지만 통신과 에너지는 중국 정부의 장벽에 막혀 뚜렷한 성과를 못 냈다. 그룹 내부에서도 더 기다릴 수 없다. 이제는 성과를 내야 할 때다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최근 SK텔레콤이 차이나유니콤을 매각한 것처럼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110여 개의 SK그룹 중국 지법인을 효율적으로 통폐합하는 한편 SK차이나의 위상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맞물려 차이나유니콤 매각 차익인 5000억여 원 등을 종잣돈으로 새 사업을 찾는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남용 LG전자 부회장,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 등 LG 수뇌부는 지난달 27일 중국 난징()을 찾았다. 구 회장이 이달 2일 계열사 사장들과 머리를 맞대고 내년도 사업계획을 확정하는 컨센서스 미팅(CM)을 시작하기 전 중국 내 최대 생산 거점인 난징을 찾은 것이다. 구 회장은 현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중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국 시장은 생산 거점이 아니다. 한국과 동반해야 할 전략적인 시장이다라고 강조했다.

LG그룹은 중국 내 시장점유율 위주의 볼륨 경쟁에서 수익 위주 경영을 강화할 예정이다. 예컨대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에 4조7000억 원을 들여 LCD 생산라인을 짓고, LG전자는 제품과 솔루션(소프트웨어)을 결합한 수익 모델을 통해 중국 현지 기업들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것에 맞설 예정이다.



김유영 홍석민 abc@donga.com 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