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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서는 불-독유럽 패권 노린다

Posted October. 26, 200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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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앙숙에서 미래의 동반자로. 유럽 역사에서 독일과 프랑스가 갖는 관계는 독특하다. 유럽의 두 강대국은 1870년 독불전쟁과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오랫동안 적대적 라이벌로 대치했다. 1950년대 유럽공동체(EEC) 창설 멤버로 손잡은 뒤에야 뒤늦은 화해를 모색해온 사이다. 그랬던 프랑스가 최근 독일에 과거보다 훨씬 강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가 보도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8월 자국 대사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유럽은 역사를 그저 견디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주도적으로) 역사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 바탕에는 프랑스가 독일과 힘을 합쳐 21세기 유럽에서 새로운 양대 리더십의 축을 세우겠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고 외교 관계자들은 해석했다. 피에르 를루슈 프랑스 유럽장관도 최근 일간 르몽드 기고문에 양국 관계는 전후 유럽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심장 역할을 할 것이다며 같은 메시지를 설파했다.

를루슈 장관은 연말로 예정된 양국의 합동 장관회담에 앞서 새롭게 꾸려질 유럽을 위해 양국이 내놓을 새 어젠다를 준비하라고 자국 장관들에게 주문한 상태. 독불 연합만이 유럽 통합의 거대 구상을 추진할 정치적 의지와 실행 능력 모두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프랑스는 친환경 기술과 에너지 정책, 금융 분야 협력 등에서도 독일과 더 강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외교적 시도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를 위해 다음 달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 행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2013년 엘리제 협약(독불 양국의 관계 개선 및 교류 협력을 위한 협약) 50주년 행사도 성대하게 치를 계획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유럽연합(EU) 헌법으로 불리는 리스본 조약이 내년부터 시행돼 EU의 힘이 강화되더라도 그 중심에는 프랑스와 독일이 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치, 경제적 상황 악화로 고전하는 영국과 달리 독일은 9월 총선 승리로 연임에 성공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앞으로 더 큰 정치적 파워를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협력에는 걸림돌도 많다. 독일은 외교에서 폴란드 및 동유럽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출구전략을 놓고 프랑스보다 더 빡빡한 재정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EU의 에너지 정책에서도 의견이 다르다. 산업 분야의 경쟁도 치열해 양국은 최근 러시아의 고속철 경쟁, 원자력 개발 등을 놓고 맞붙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양국의 협력관계가 꼬일 경우 유럽 내 파워 경쟁으로 인한 긴장은 오히려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정은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