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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서 나를 키운 롤모델은 평생 기부 실천한 부모님

미서 나를 키운 롤모델은 평생 기부 실천한 부모님

Posted September. 28, 2009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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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교통부 차관보에 30대 중반의 한인 교포 2세 데이비드 김(김성철36) 씨를 발탁해 화제가 됐다. 오바마 선거 캠프에서 참모로 활동했던 그는 고경주 보건부 차관보, 고홍주 국무부 법률 고문 등과 함께 한인 교포 출신으로는 몇 명 안 되는 미 행정부 고위 관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한국 언론 최초로 동아일보와 가진 e메일 인터뷰에서 부모님의 평생에 걸친 기부 정신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미국 데이비스캘리포니아대(UC데이비스) 의대 정신과 교수를 지낸 부친 루크 김 씨(79)와 모친 그레이스 김 씨(78)가 기부와 사회봉사를 통해 실천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책무) 정신이 아들의 삶에 깊숙이 스며든 것이다.

이달 초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남부의 아담한 도시 실비치. 자택 인근 식당에서 만난 김 전 교수는 노환으로 몸이 조금 불편해 보였다. 말보다는 필담이 수월했다. 그러나 기부에 대한 생각을 묻자 눈빛이 또렷해졌다. 사람에게 나눔은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아들 역시 이 말에 동의했다. 말보다는 실천으로 보여주라(Put your money where your mouth is)는 격언이 부모님을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마저 들곤 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딱히 훈계를 많이 하신 분들이 아니었습니다. 언제나 행동으로 본보기를 보여주셨죠. 평생 기부하고 봉사하던 모습은 제 인생의 영원한 롤(role) 모델입니다.

정신과 의사라면 미국에서도 고액연봉자에 속하는 직업. 하지만 김 전 교수 부부는 은퇴자들이 주로 사는 동네의 작은 집과 월 5000달러의 연금 말고는 별다른 재산이 없다. 두 아들이 성인이 된 이후론 금전적 지원을 일절 하지 않았다. 나머지는 전부 기부했다는 뜻이다. 심지어 2006년 교수 은퇴와 동시에 30여 년간 살던 집마저 작은 규모로 옮기고 차액 25만 달러를 대학에 내놓았다.

아버지는 언제나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은 마음만 있다면 언제나 남을 도울 힘이 있다고요. 돈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또 다른 방식으로 도울 수 있다는 거죠. 바로 그 나눔의 정신이 우리 가족을 이 사회에서 당당하게 고개 들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아시아인은 돈을 많이 벌어도 미국 주류(mainstream)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모님의 삶은 제 미래를 위한 최고의 투자였습니다. 아버지의 기부가 저를 성공으로 키운 셈입니다.

데이비드 김 차관보에게 부친이 물려준 찬란한 유산은 바로 남을 위해 베푸는 마음이었다. 실제 그도 대학생 시절부터 재미동포 권익옹호를 위한 비영리단체인 한미연합회(KACKorean American Coalition)를 통해 활발한 지역봉사 활동을 펼치며 부친의 뜻을 실천해 왔다.



길진균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