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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순환의 궤도 달리는 철도노조

Posted September. 17, 200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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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조가 다음 달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결의한 가운데 최근 조합원을 대상으로 투쟁채권 발행 형식으로 35억 원(추정)을 걷은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철도공사 노조는 이날 과거의 파업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따른 조합비 압류, 하반기 투쟁 대비 등의 이유로 7월 말부터 투쟁채권을 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가 발행한 채권은 10만 원, 20만 원 2종. 사측과 노동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판매 수입이 35억여 원에 이르며 전체 조합원 2만4000여 명 가운데 2만여 명이 구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채권은 일반 채권과 달리 증서와 금리가 없으며 은행 이자는 전액 조합비로 귀속돼 명목만 채권인 셈. 철도공사 노조는 이번에 조성한 기금을 손해배상 소송 패소로 조합비가 압류될 경우 투쟁비용 해고자 생활보조비 파업 돌입 시 적립된 투쟁기금이 부족할 경우 등에 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채권을 발행한 가장 큰 이유는 2006년 3월 불법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비용을 조합비로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노조는 해고자 복직, KTX 여승무원 직접 고용 등의 문제로 4일간 전면 파업을 벌였으며 사측은 예약 취소, 영업 손실 등의 이유로 150억여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당시 파업은 중앙노동위 직권중재를 불복한 불법 파업이었다. 서울고법은 2심에서 노조 측에 69억8700여만 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대법원에서 이 판결이 확정되면 이 금액만큼 조합비가 차압된다.

법적으로 노조의 채권 발행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채권 발행 그 자체보다는 불법 파업손해배상조합비 차압투쟁기금 부족채권 발행파업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민주노총식 노동운동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는 점이다. 노조 측은 채권을 발행하면서 노조는 최근 하반기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결의했다. 투쟁기금(채권)은 조합비 압류에 맞서 철도 노동자의 공세적 대응을 준비하기 위한 반격의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조합원 A 씨는 연간 무려 110억 원에 이르는 조합비가 조합원을 위해 쓰이지 않고 절반 이상 불법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나간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불법 파업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고, 이 때문에 투쟁기금이 모자라 채권을 발행하고, 이렇게 걷은 돈으로 또다시 파업을 벌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공사는 단체협상과 관련해 8일 기관사들의 24시간 파업과 16일 차량지부의 4시간 부분 파업에 대해서도 영업 손실 등을 따져 형사고소와 함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예정이다.



이진구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