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150일 전투

Posted September. 17, 2009 08:37,   

日本語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으로 수백만 명이 굶어죽고 나서 북한 전역에 장마당이라는 시장이 생겨났다. 배급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 탓이다. 의사와 교사 연구원 등 전문직 종사자들도 시장에서 부업을 해야 할 정도가 됐다. 2003년부터는 종합시장이 공식 허용됐다. 시장 안에 판매대를 가진 상인은 어느 정도 돈을 번다. 대부분은 좌판을 벌여 파는 메뚜기, 값싼 상품을 비싼 곳에 갖다 파는 달리기, 보따리를 매고 돌아다니며 파는 똑똑이로 생계유지에 급급하다. 북의 시장경제는 이제 되돌리기 어렵다는 관측이 있다.

북은 4월에 주민 총동원령인 150일 전투를 선포했다.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의 돌파구를 열기위한 식량 등 생산 활동에 매진하자는 운동이다. 보안원(경찰관)들은 누워있는 사람 빼고 모두 농촌으로 나가자는 방침에 따라 길에서 만나는 사람은 즉시 체포해 농촌으로 끌고 갔다. 오늘 이 전투가 끝나면 23일부터는 연말까지 100일 전투가 또 시작된다. 150일 전투의 실패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동신문은 핵무기보다 더 위력한 일심단결의 위력을 남김없이 폭발시키자고 독려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이런 식의 총동원령은 김정일이 후계자 시절부터 애용한 수법이다. 1974년 70일 전투를 시작으로 그동안 10차례 가까운 전투를 했다. 그러나 잦은 총동원령은 오히려 계획경제를 망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제한된 자원과 인력을 특정 분야에 과도하게 쏟아 붓기 때문이다. 이번 전투는 아들 김정운이 지휘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패로 끝나자 후계자 구축작업을 중단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요즘 북에는 승냥이(권력자)와 여우(돈 많은 상인)만 남았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정권에 대한 반감이 극심하다. 영세 상인들은 전투에 동원되면 생계유지가 어려워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반항과 소규모 시위도 벌여보지만 가혹한 처벌 앞에 공포 분위기만 더해 간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와 식량지원 중단으로 죄 없는 주민들이 더 죽을 지경이다. 김정일 정권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음을 여기서도 느낀다.

육 정 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