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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사형선고 역사의 악연 끊다

Posted August. 15, 200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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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구속해 사형 선고를 받도록 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14일 DJ가 입원 중인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전직 대통령의 병문안은 10일 김영삼(YS)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경 DJ가 누워 있는 병원 20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아이고,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라며 마중 나와 있던 이희호 여사의 손을 잡은 뒤 자꾸 상태가 나빠지는 것 같아 휴가 중에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 때 전직(대통령)들이 제일 행복했다. 김 전 대통령 재임 동안 10번 가까이 (청와대에) 초대 받아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치켜세우면서 현직에서 안 봐주면 전직(입장)에서는 불쌍한 것이 있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떤 대통령은 그런 걸 안했는데라며 이명박 대통령도 전직들의 의견을 잘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 하루 전날 이 병원에서 전립샘 수술을 받은 사실을 거론하면서 연세가 많아 시간은 걸리겠지만 의료진이 워낙 저명하니 틀림없이 완쾌해 즐거운 마음으로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5분간의 면담에서 이 여사는 여러 차례 바쁘실 텐데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답례했다. 면담에는 DJ 차남인 김홍업 전 의원과 민주당 박지원 의원, 권노갑 한광옥 한화갑 김옥두 전 의원 등이 배석했다. 박 의원은 과거의 악연에 대해선 일절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1979년 1212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전 전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의 배후로 DJ를 지목해 군사재판에 회부했다. DJ는 내란음모 혐의로 사형이 선고되자 최후진술에서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정착하려면 정치보복은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끈질긴 교섭으로 이후 DJ는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그 대가로 미국 순방길에 오른다. 하지만 1982년 12월 미국으로 망명했던 DJ가 1985년 2월 귀국하자 전 전 대통령은 DJ를 한 달간 가택연금 조치했다.

그 후 1997년 12월 대통령에 당선된 DJ는 사형선고 때의 최후진술을 지키려는 듯 재임 기간 줄곧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용서를 시도했다. 1999년 12월부터는 전직 대통령과의 간담회를 만들어 청와대에 자주 초청했다. 입원 전 출간을 준비하던 자서전에서 DJ는 죽음 직전의 고초까지 안겨준 그를 신앙적으로 용서하려 노력했다고 적었다.

전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이 여사는 DJ가 사형을 선고받자 전 전 대통령에게 독대를 청해 구명을 시도했었다. 이 여사는 지난해 11월 펴낸 자서전 동행에서 사형을 시키려 한 수괴의 안사람을 상대로 동네 복덕방 아저씨가 아주머니 대하듯 바지를 올리고 다리를 긁어가며 편하게 얘기하던 독특한 분이라고 회상했다.

전 전 대통령은 병원을 나서면서 방문의 의미를 묻는 기자들에게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것인가라며 나지막이 혼잣말을 했다.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이병완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친 노무현계 인사들과 다카하시 레이치로()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 등도 이날 병문안을 했다.



조수진 조종엽 jin0619@donga.com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