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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질범 수준의 돈 요구에 굴복할 수 없다

[사설] 인질범 수준의 돈 요구에 굴복할 수 없다

Posted June. 12, 2009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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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작년부터 시도한 개성공단 흔들기의 실체가 드러났다. 북한은 어제 남북접촉에서 현행 평균 75달러 수준인 개성공단 근로자의 월급을 300달러로 대폭 인상하고 이미 지불이 끝난 토지임대료로 5억 달러를 더 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해 3월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 주재하던 우리 당국자 11명을 추방하면서 시작된 개성공단 공세의 목적은 결국 돈이었다. 북한은 이 과정에서 현대아산 직원 A씨를 붙잡아 오늘로 75일째 억류하고 있다. 사람을 잡아놓고 터무니없는 액수의 몸값을 요구하는 강도의 인질극과 다를 게 없다.

북한은 지난 달 21일 첫 실무접촉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A씨 문제 해결 요구를 철저히 외면하면서 돈 얘기만 했다. 이것이 대남()공세를 펼 때마다 민족끼리를 내세우던 북한의 진짜 모습이다. 인도적 차원에서도 북의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

개성공단은 북의 계속된 공세로 이미 무너지기 시작했다. 8일 개성공단 입주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모피 제조업체 한 곳이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폐업신고서를 냈다. 올 들어 4월까지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총 수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6.1%가 감소했고, 총생산액은 6.6% 줄었다. 우리 기업의 상주인력도 최근 3개월간 43%가 줄었다.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박사는 북한이 임금을 중국 수준인 월 200달러로 올려달라고 하면 100여개 입주기업 중 3곳, 150달러를 요구하면 30여 곳 정도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의 300달러 인상 요구에 굴복하면 개성공단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모두 보따리를 싸야 한다는 분석이다.

개성공단에서 나오기로 한 기업인은 경제적 피해와 함께 직원들의 신변위협을 철수 이유로 꼽았다. 북이 A씨를 석방하고 다시는 그런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지 않는 한 우리 기업들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북과 만나 황당한 청구서만 받아오는 일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북에게 A씨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개성공단에 관한 어떤 논의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부 스스로 A씨 억류가 개성공단 문제의 본질이라고 했으니 19일 남북접촉을 재개하는 전제조건으로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강력한 제재결의를 만들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고 있다. 지금은 북이 달라는 대로 근로자들의 월급을 올려주고 5억 달러를 펑펑 더 줄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