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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수갑 찬 미의원들

Posted April. 29, 200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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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수단대사관 앞에서 27일 여당인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 5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수단 정부의 국제구호단체 추방 명령에 항의하던 의원들은 폴리스라인(질서 유지선)을 넘어섰다. 경찰은 의원들이 3차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폴리스라인 밖으로 나가지 않자 수갑을 채워 연행했다. 미국 백악관 정문 앞에서는 60대 할머니가 28년째 움막을 쳐놓고 1인 시위를 하고 있지만 경찰은 그대로 두고 있다. 미국 경찰이 합법 시위는 철저히 보장하지만 불법 시위에는 얼마나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선진국 후진국을 불문하고 불법 폭력시위가 한국처럼 빈발하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지난해 광우병 시위 때는 폭력시위대가 수도 한복판을 3개월 동안 누볐다. 경찰관이 불법 시위를 진압하기는커녕 시위대에게 집단폭행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서울의 한 호텔에서는 그제 세입자들이 법원의 명도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가스통을 동원해 경찰과 10시간 동안 대치했다. 용산 시위의 참극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법질서 준수 수준이 27위로 나온 건 어쩌면 당연하다.

집회나 시위 현장에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치는 것은 합법적인 집회와 시위를 보호하고 공공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폴리스라인 침범은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만 원 이하 벌금에 해당하는 범법행위다. 하지만 폴리스라인을 존중하는 시위대는 드물다.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엄격히 적용하면 과잉진압으로 몰리는 게 현실이다. 김대중 정부 때는 시위 현장에 여성 경찰관들로 립스틱 라인이란 걸 도입했지만 여성 경찰관들만 고생시켰다.

불법 폭력시위가 사라지려면 법질서 확립에 관한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고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준법을 솔선수범해야 한다. 폴리스라인 침범으로 경찰에 체포된 미국 의원들이 경찰에 항의했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상상하기도 어렵다. 국내에서 금배지들이 폴리스라인 침범으로 체포되면 당장 경찰청장 사퇴 요구를 하고 나왔을 것이다. 경찰은 최근 신고된 모든 집회 현장에서 폴리스라인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경찰도, 시위대도 얼마나 잘 지킬지.

권 순 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