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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살리고 크라이슬러는 매각?

Posted April. 01, 200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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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증시의 최대 이슈는 제너럴모터스(GM)에 대한 미국 정부의 추가 지원 거부, 그리고 릭 왜거너 회장의 사임이었다. 이 소식은 GM이 결국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으로 이어져 한국을 비롯한 이날 아시아 증시는 폭락세를 보였다. 최근 금융시장의 상승무드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인 31일, 코스피는 반등하면서 곧바로 1200 선을 회복했고 특히 전날 하락장을 주도한 현대차 기아차의 주가가 각각 4.72%, 5.96%씩 상승했다. 이날 GM에 대한 소식은 하루 전과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 도리어 전날 뉴욕증시마저 급락하면서 악재만 더 쌓인 꼴이었다.

전문가들은 전날 글로벌 증시의 최대 악재가 하루 만에 서울증시의 호재로 돌변했다고 해석했다. 투자자들이 처음엔 파산에 대한 공포감이 재발하며 주식을 팔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GM의 파산이 한국 경제에 미칠 긍정적인 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GM 파산은 점유율 확대 계기

미국 자동차회사들의 운명은 파산신청을 한 뒤 경쟁력 있는 부분만 살리거나, 또는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회사 규모를 크게 줄이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 어느 쪽이 됐든, 세계 자동차시장을 군림했던 예전의 모습은 되찾기 어려운 것은 물론 파산신청을 하면 다시 정상적인 영업망을 가동하기까지 적어도 2, 3년의 기간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점을 근거로 증권사들은 이날 한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미국이 비틀거리는 틈을 타 해외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넓힐 수 있다는 분석을 앞 다퉈 내놨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자들이 파산 가능성이 높아진 회사의 자동차를 구입하기는 쉽지 않다며 결국 아시아 유럽 등 외국 기업의 기회가 높아지는데 이중 고환율의 혜택을 받고 소형차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이 더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도 지난달 30일 미국 자동차 시장이 28년 만에 최악의 늪에 빠진 가운데 현대차가 세계 정상 자리를 넘볼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평했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 내 시장점유율은 작년 말부터 급상승하기 시작해 올 2월 7.6%까지 상승했다. 미국의 빅3(GM, 크라이슬러, 포드) 자동차 회사들의 미국 내 시장점유율이 45%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 자동차업체의 영토 확장 여지가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셈이다.

그러나 GM의 파산이 미국이 자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보호주의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데다, 해외 수출 비중을 늘리고 있는 국내 부품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우려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시각도 많다. GM대우차의 경우 본사의 파산 위험이 커지며 산업은행의 지원도 당분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GM이 해외 판매망을 축소할 경우 전체 판매의 90%를 차지하는 GM대우차의 수출도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금융시장 단기 충격은 불가피

비록 미국 자동차회사의 구조조정이 미국 경제에는 중장기적인 호재가 될 순 있지만 금융시장과 세계경제에는 단기적인 충격 요인이 될 수 있다.

우선 자동차 산업이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고용과 소비 등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할 것으로 우려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자동차 산업은 미국 제조업의 중추라며 경제현안 중 가장 먼저 자동차 회사 구제방안을 챙긴 것도 이 때문이다. 빅3 회사의 종업원 수만 합쳐도 20만 명이 넘고, GM과 거래하는 부품업체만 전 세계에 2000개에 육박하고 있다. 도이체은행은 미국의 자동차 회사가 파산하면 실업자가 100만 명가량 늘어나면서 미국의 실업률도 최고 11.5%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GM이 파산할 경우 실업률 증가 및 부품업체 도산금융회사 부실 확산투자심리 위축의 악순환이 단기적으로나마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 대신증권 구희진 리서치센터장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만큼은 아니겠지만 기업 파산 우려가 점증되면서 금융혼란 국면이 36개월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를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아 온 또 하나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또 시장에 너무 오랫동안 알려진 악재라는 측면에서 충격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GM이 실제 파산으로 이어지더라도 시장에서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됐고, 정부도 충격을 완화할 방안을 갖고 있어 2001년 엔론 사태 때와 같은 대규모 연쇄부도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재동 강혜승 jarrett@donga.com fin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