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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군 할아버지 자취 따라 조국사랑 대장정 나섭니다

광복군 할아버지 자취 따라 조국사랑 대장정 나섭니다

Posted March. 25, 2009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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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11시경 중국 상하이() 구도심의 푸칭리() 4호에 있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

임정이 1926년부터 1932년까지 상하이에서 마지막 청사로 사용한 이곳을 둘러보는 최민석(23공익근무 중), 윤지애 씨(22덕성여대)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았다. 당시 모습으로 복원돼 있는 의자, 책상 등 집기 하나하나를 살폈고 임정 요인들의 글과 사진 등을 모은 3층 자료전시실에선 무언가를 발견해내려는 듯 꼼꼼히 훑었다.A3면에 관련기사

두 사람에게는 이곳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헌신한 할아버지의 숨결과 조국애()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최 씨의 할아버지 고() 최기옥 씨와 윤 씨의 외할아버지 석근영 씨(89)는 일제강점기 광복군 소속으로 상하이와 충칭()을 오가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젊음을 바쳤다.

두 사람은 이날 임정 수립 90주년을 맞아 이화학술원, 국가보훈처,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가 공동 주관하는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함께 상하이에서 충칭까지 행사에 참가해 다른 독립유공자 후손 8명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상하이 임정 청사는 이번 행사의 첫 방문지. 이 행사에는 진덕규 이화학술원장, 신용하 한영우 박경서 이화학술원 석좌교수 등도 참석했다.

최 씨는 어릴 때 할머니에게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할머니는 할아버지 제사 때면 최 씨를 비롯한 손자들을 둥그렇게 앉혀 놓고 할아버지의 공적 사항을 읽도록 했다.

할아버지가 16세 때부터 중국에서 독립을 위해 활동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 꼭 한번 할아버지의 발길을 되짚어 보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충칭 임정 시절에 광복군 소속으로 내무부 서무국에서 연락장교를 지냈다는 것도 뒤늦게 알게 됐다.

최 씨는 청사에서 윤봉길 의사에 관한 자료를 읽으면서 할아버지 얼굴을 떠올렸다며 오늘 잡히면 이제 끝이다는 절체절명의 위기감과 긴장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을 할아버지의 당시 상황을 생각하니 가슴이 서늘해졌다고 말했다.

윤 씨도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지 외할아버지의 업적을 마음 깊이 새기지 못했다. 윤 씨는 외할아버지가 광복군으로 활동하셨다는 건 알았지만 무슨 의미인지 느끼지 못했다며 현대사를 배우면서 뒤늦게 외할아버지가 하신 일이 오늘날 우리를 지켜낸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윤 씨의 외할아버지 석근영 씨는 일본에 있다가 학도병으로 차출되자 중국으로 탈출해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윤 씨는 임정 청사의 유물은 물론 가이드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예사롭지 않다면서 시내 곳곳에 할아버지의 흔적이 남아 있을 것 같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동근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