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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민주주의 정착 구호 스러진 채 잊혀져 가는 전쟁

중동 민주주의 정착 구호 스러진 채 잊혀져 가는 전쟁

Posted March. 15, 2008 03:00,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하고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테러 지원을 끝장내겠다며 2003년 3월 20일 시작한 이라크전쟁. 그 뒤 5년간 이라크의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그러나 위에 든 사례들처럼 두 나라의 수많은 개인들에게 전쟁은 삶의 전부를 바꿨다.

가족 잃은 미국인들도 삶의 전쟁=영블러드 씨처럼 전장에서 가족을 잃은 이들에겐 삶의 치열한 전쟁이 시작됐다.

이라크전쟁이 시작된 이래 연인원 100만 명 이상의 미군이 투입됐다. 이 가운데 3965명이 사망했고 2만9000명 이상이 부상했다. 건설 현장에 투입된 수천 명의 계약 근로자도 사망과 부상의 위험에 노출됐다.

어맨다 조든(39) 씨의 남편은 해병대원으로 이라크전에 참전했다가 사흘 만에 목숨을 잃었다. 조든 씨는 사람들이 필요 없는 전쟁이라고 할 때마다 내 남편이, 내 아이의 아빠가 아무 이유도 없이 죽었다는 것처럼 들린다며 울분을 토했다. 전쟁 자체가 조금씩 잊혀지고 있는 현실이 이들에겐 더 괴롭다.

워싱턴포스트는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센터를 인용해 미국인 대다수가 이라크전과 관련된 뉴스를 보지 않는다고 13일 전했다.

미국이 이라크에 쏟아 부은 돈도 천문학적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난달 5년 가까운 전쟁에 들어간 비용으로 미 국고에서 8450억 달러(약 840조 원)가 지출됐다고 밝혔다.

이라크, 최소 사회적 보장장치도 없어=미국이 구원자를 자처했던 이라크인들의 현실도 참담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 가족보건조사연구그룹과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2003년 전쟁 이후 5년간 이라크에서 벌어진 폭력으로 이라크인 15만5000명이 죽었다고 밝혔다.

이라크 인권부의 여성 문제를 담당하는 관리인 소산 알 바라크 씨는 1991년 걸프전 이후 전쟁과 각종 폭력으로 남편을 잃은 여성이 150만여 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고 매클래치신문이 최근 전했다. 이라크 인권그룹인 알 아말 협회는 배우자를 잃은 여성들은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매월 40달러의 보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아파 민병대가 수니파인 남편을 죽였다고 확신하는 자위드 씨는 시아파가 이웃까지 세력을 확장하자 생활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 안정을 위해 미군을 증파한 뒤 폭력 사태가 2005년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자위드 씨에겐 아무런 의미도 없다. 남편은 돌아오지 않아요. 무슨 희망이 있겠어요.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15일 미국과 유럽에선 이라크전쟁이 잘 진행되고 있다거나 상황이 나빠진다며 단지 희생자의 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에 민주주의를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은 별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

신문은 정작 중요한 문제는 사망자 수를 따지는 게 아니라 이라크인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시리아와 요르단으로 나간 망명자 320만 명이 이라크로 돌아올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게 현재 이라크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부시 대통령이 최근 읽었다는 가장 추운 겨울(The Coldiest Winter)에서 저자인 데이비드 핼버스탬은 부시 대통령은 중동 정세를 잘못 판단하고 외교안보 전문가의 권고를 무시했으며 정보를 왜곡함으로써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가져왔다고 그의 이라크전쟁을 비판했다.



김영식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