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오늘 베이징서 개막

북한과 미국 간 양자 대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17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이날 2차례 양자회동을 했다.

특히 차이나월드호텔에서 함께한 오찬을 사이에 두고 첫 회동은 미국대사관에서, 두 번째 회동은 북한대사관에서 갖는 교차 방문을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베이징 차오양()구 제1외교단지에 있는 북한대사관과 미국대사관은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다.

지난해 12월 북-미가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북한계좌 문제를 놓고 이틀간 대사관을 오가며 실무협상을 벌인 적은 있지만 오찬까지 함께하며 하루에 양측 대사관을 오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2122일 힐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한 지 25일 만에 다시 만난 김계관-힐 협상라인은 영변 핵시설 폐쇄의 여세를 몰아 연내 핵시설 불능화와 그에 상응하는 정치안보적 보장에 해당하는 테러지원국 해제 검토 등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폐 문제를 속도감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 신고 문제에 있어 핵심 쟁점인 고농축우라늄(HEU) 문제에 대해서도 집중 협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날 양자접촉을 통해 일사천리 식으로 불능화 논의에 진전을 이루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 대사관에서의 협의가 끝난 뒤 힐 차관보는 기자들과 만나 실무적인 분위기였지만 많은 토론을 하지는 못했다. 북측과 좀 더 협상을 가질 예정이다고 말했다.

북한이 불능화와 관련해 새로운 요구사항을 제시한 것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많은 사안에 대해 검토를 했지만 논의 내용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 부상도 밥을 같이 먹으며 이런저런 생활적인 이야기를 했다고 말해 이날 북-미 간 대화가 본격 대화에 앞선 탐색전 성격이었음을 시사했다.

앞서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16일(현지 시간) 북한과 미국은 17일 베이징에서 양자회담을 갖고 다음 단계 협상 의제들을 논의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 협상이 수월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으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최대한 신속히 움직일 필요가 있으며 그럴 준비가 돼 있지만 영변 핵시설 불능화와 완전한 신고가 올 연말까지 이뤄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측은 이날 한-러 및 한-일 양자접촉을 잇따라 갖고 북한 핵시설 불능화에 대한 의견을 조율했다.

한편 6자 회담 수석대표들은 18일 오전 회담 장소인 댜오위타이()에 모여 간단한 개막 의전행사를 가진 뒤 곧바로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와 핵시설의 불능화(disablement) 등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태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