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전사의 심정으로 출근합니다

Posted February. 26, 2007 07:23,   

금요일인 23일 오후 4시경 광주 광산구 오선동 삼성광주전자(삼성전자의 광주지역 자회사)의 에어컨 생산공장.

주5일 근무시대를 맞아 많은 기업의 직장인들이 주말 연휴 계획으로 일손이 안 잡힐 시간이지만 이 공장의 7개 생산 라인은 직원 480여 명의 부지런한 손길을 따라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송병인 그룹장은 1518초당 에어컨 1대가 출하되고 있다. 예년보다 예약 판매량이 250%가량 늘어나면서 토, 일요일도 특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 그룹장의 얼굴에는 즐거움보다 비장함이 흘렀다.

생산성을 높이고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 때문에 한국에서 공장을 더는 돌릴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삼성광주전자의 전자레인지 생산 라인은 이미 중국 업체와의 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2004년 초 말레이시와 태국으로 옮아갔다.

배수진 치고 일한다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 대표적인 백색 가전제품 생산 라인이 삼성전자 수원공장에서 광주로 내려온 것은 2004년. 그때만 해도 에어컨의 수출과 내수 비중은 6 대 4였다. 그만큼 국제 경쟁력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공장을 지방으로 옮기고 원가 절감을 위한 끝없는 노력을 해도 수출에서는 값싼 중국산 제품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에어컨의 내수 비중은 80%에 이른다.

윤의창 삼성광주전자 상무는 업종 특성상 토지와 인건비가 비싼 수도권의 수원보다는 지방인 광주가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내려왔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못 버티면 대한민국 안에서는 제조업 할 곳이 없다는 배수진을 치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에서 만난 임직원들은 진지한 얼굴로 애국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설명하곤 했다. 광주에서도 제품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해외에 수출용 생산기지를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7400평 규모의 에어컨 공장에는 일류 품질은 선택이 아닌, 생존 필수사항입니다라는 표어가 크게 붙어 있었다. 직원 1인당 생산 대수를 늘리기 위한 생산 라인 합리화 작업이 연중 계속되고 있는데 그것은 일종의 초() 싸움이다.

180도 몸을 돌려 조립부품을 집어야 했던 공정을 앞이나 옆에서 집을 수 있도록 개선해 개인당 1.06초를 단축하는 식이다.

기자가 공장을 찾았을 때는 하우젠 에어컨 앙드레 블랙 생산 라인을 잠시 점검하고 있었다. 생산 직원 50여 명 전원이 라인 옆에 줄지어 앉아 대기하고 있었다.

윤택현 차장은 점검이 끝나는 대로 바로 작업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생산 라인에서는 1초도 아껴야 한다도 귀띔했다.

광주의 삼성 사랑

이런 삼성광주전자를 지키려는 광주의 마음은 민관()이 따로 없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의 자회사로서 법인세를 서울이 아닌 광주시에 납부한다. 명실상부한 광주 기업인 셈이다.

광주시의회는 2005년 2월 삼성광주전자로 통하는 국도 4.7km 구간의 이름을 삼성로로 바꾸는 가로 명 변경지정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화물연대가 이 회사 앞에서 장기간 시위를 벌일 때도 1200명의 시민 시위대가 삼성을 괴롭히지 말고 떠나라고 맞서기도 했다.

광주 토박이인 서민호 삼성광주전자 인사팀 과장은 삼성은 영남에 뿌리를 둔 기업이지만 삼성광주전자가 지역 경제에 크게 이바지하면서 동서화합, 국민통합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광주전남 지역에 유발한 생산 효과만 지난해 기준으로 9600억 원에 이른다. 또 협력업체가 늘어나면서 광주뿐만 아니라 인근 장성군 담양군 나주시에도 고용 창출 효과가 생겨나고 있다.



부형권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