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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성거리는 천국

Posted October. 03, 2006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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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가량이 이미 흐른 탓일까. 세계의 시선을 끌어 모았던 스웨덴 선거의 열기는 지난달 28일 찾은 스톡홀름 시내에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찢어진 선거 벽보 한 장 눈에 띄지 않았다. 당선사례 벽보도 이 나라 정치 문화에 없어서인지 총선의 흔적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새 정부 출범(6일)이 8일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데도 오랜 좌파의 아성이 무너진 현장치고는 너무 조용했다. 그러나 그것은 첫인상뿐이었다. 거리에서, 사무실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선거 얘기를 꺼내면 모두들 주저 없이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잘됐다는 반응에서부터 걱정이다는 우려까지 반응은 엇갈렸다.

사람들을 하나둘 더 만날수록 누구나 앞으로 작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불안과 희망이 엇갈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회 전체가 약간은 들떠있는 분위기였다.

어릴 때부터 알아 온 스웨덴은 오랫동안 구축돼 온 복지 제도로 모두가 잘 먹고 잘사는 나라였다. 그런데 그런 혜택을 받던 유권자들이 우파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높은 실업률을 이유로 들었다. 특히 20%를 웃도는 청년 실업률이 큰 문제였다. 실업률만이 문제라면 어느 정권이 됐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얘기를 좀 더 들어 보면 높은 실업률의 이면에는 고부담을 특징으로 하는 스웨덴식 복지 제도의 문제점이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를 운영하는 라르스 뵈르글뢰프(42) 사장은 일손이 부족해도 사람을 추가로 뽑는 데 주저하게 된다고 말했다. 고용주가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스웨덴 복지 제도의 허점은 그 밖에도 곳곳에서 나타난다. 대표적인 현장이 병원이다. 스웨덴 병원은 90% 이상이 국영이다. 간단한 감기 치료부터 암 수술까지 모든 치료가 공짜다. 하지만 한번 치료를 받으려면 최소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 과연 이런 공짜 병원을 선택할 것인가.

무역업을 하는 이민 2세 송규진(45) 씨는 수술 날짜 기다리다 죽는 사람이 생겼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송씨는 그래서 의료에서만큼은 국가에 의지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사설 의료보험에 가입했다.

사설 보험에 가입한 덕에 송 씨는 스톡홀름 시내 공원 옆 공기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소피아헤메트 병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몇 년 새 중상류층 사이에는 이 병원을 이용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유행이 됐다.

스웨덴에선 직업이 없고 매일 아픈 사람이 가장 잘 산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더 나아가 스웨덴 사람은 무일푼으로 태어나서 세금만 내다 죽는다는 자조 섞인 말도 나돈다고 칼손 씨는 귀띔했다.



금동근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