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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독배를 집어들다

Posted June. 10, 2006 03:34,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인선위원회는 9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김근태 전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 구성안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임위원 7명, 비상임위원 8명 등 모두 15명으로 구성되는 비대위는 당 중앙위원회로부터 인사권과 재정권,당헌 개정권 등을 넘겨받아 내년 초까지 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하게 된다.

정동영 전 당의장의 그늘에 가려 만년 2인자란 꼬리표를 달고 다녔던 김근태 전 최고위원은 실질적으로 당의장보다 권한이 센 비대위원장에 내정됨으로써 자신의 정치인생에서 최대의 고비이자 기회를 맞은 셈이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위기를 맞은 당을 성공적으로 이끌 경우 당내 대권경쟁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하지만 당내에선 잘해야 본전이란 우려가 많다. 또 지나치게 신중하고 결단력 없는 김근태가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겠느냐란 의구심도 적지 않다.

계파 갈등 치유할 수 있을까=열린우리당이 2003년 11월 창당 이후 비대위 체제를 가동한 것은 4번째다.

김 위원장 내정자는 비대위의 첫 과제를 지방선거 참패의 원인 규명으로 정하고 조만간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워크숍을 열 계획이다. 또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부동산과 세제정책 등 정책기조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당내 일부 실용 강경파들이 비대위의 결정이나 노선에 반발할 경우 잠복했던 당내 갈등이 표면화할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 정책만 해도 한쪽에선 좌파로 오인 받았으니 정책을 오른쪽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선 철저하지 못했던 개혁이 참패 원인이라며 정반대의 해법을 내놓고 있다.

김 위원장 내정자를 좌파 성향이라고 보고 있는 당내 보수 성향 의원들도 지켜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상생할 수 있을까=정 전 의장과 달리 김 위원장 내정자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문제를 놓고 계급장 떼고 논쟁하자며 노골적으로 대통령을 공격하기도 했다.

당장 부동산 및 세금 정책, 국민연금 개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대응, 양극화 해소 등 민감한 정책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점에서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당청간 갈등이 폭발할 공산이 크다.

정계개편 주도권 잡을 수 있을까=향후 정국의 핫이슈는 정계개편이다. 김 위원장 내정자는 비대위 산하에 특별기구를 만들어 당 쇄신방안을 마련하는 등 정계개편에 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올 초 전당대회에서 고건 전 국무총리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을 아우르는 범민주세력대연합론을 주장했다. 최근엔 당내 안정을 통해 기력을 회복한 뒤 천하의 인재를 모셔올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유력 대선주자인 고 전 총리가 7월 희망한국국민연대의 발족을 예고하는 등 한 발 앞서 정계개편을 주도하는 듯한 양상이어서 김 위원장 내정자의 역할이 크지 못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편 비상대책위 상임위원에는 김 위원장 내정자 외에 김한길 원내대표, 문희상 전 당의장, 여성 대표 몫의 이미경 의원이 당연직 성격으로 포함됐다. 그러나 그밖의 비상대책위원 인선과 규모 등을 놓고는 이견이 표출돼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조수진 민동용 jin0619@donga.com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