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회 세 타자 연속 볼넷에 폭투 3개(기록상 2개). 그러나 실점은 단 1점. 2회부터 7회까지는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
정말 기묘한 반전이었다. 오죽하면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조차 하고 많은 이상한 일 중에 김병현의 초반 출발만큼 이상한 것은 없다고 표현했을까.
김병현(27콜로라도)의 첫 홈경기 승리이자 시즌 2승은 이렇게 왔다. 17일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경기.
선발 투수로 1회 마운드에 선 김병현은 어딘지 이상했다. 좀처럼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했다.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김병현은 경기 전 타격 연습을 하다가 오른손 엄지를 다쳐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좀 심했다. 첫 타자 라파엘 퍼칼과 케니 로프턴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한 것도 모자라 폭투까지 범해 주자는 1, 3루. 3번 타자 노마 가르시아파라 타석 때 다시 폭투를 던져 무사 2, 3루가 됐다. 그 다음 공 역시 뒤로 빠졌으나 공이 뒤쪽 벽을 맞고 포수 대니 아도아 앞에 바로 오는 바람에 주자들은 뛰지 못했다. 그러나 가르시아파라에게 마저 볼넷을 내줘 무사만루.
대량 실점에 이은 조기 강판이 유력해 보였다. 이 때 김병현을 구한 것은 우익수 브래드 호프였다.
김병현은 4번 J. D 드루에게 우익수 앞 안타를 허용해 선제점을 내줬다. 그러나 호프가 멋진 호송구로 2루 주자 로프턴을 잡아내 추가 실점을 면했다.
이 때부터 김병현은 갑자기 다른 투수가 됐다. 후속 제프 켄트를 삼진, 호세 크루즈 주니어를 1루 앞 땅볼로 처리하고 위기를 벗어난 것.
1회에만 무려 29개의 공을 던졌지만 일단 감을 잡은 김병현은 거칠 것이 없었다. 2회부터 직구와 싱커를 섞어 던지며 7회까지 무실점 행진. 성적은 7이닝 4안타 5볼넷 5탈삼진 1실점.
수비에서 김병현을 구한 호프는 2회 동점 적시타에 이어 4회 무사 1,2루에서 가운데 펜스를 넘기는 역전 3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도우미 구실을 톡톡히 했다.
콜로라도의 5-1 승리로 끝났고, 김병현의 시즌 성적은 2승 1패에 평균자책 4.62가 됐다.
이헌재 uni@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