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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소변인

Posted November. 23, 2005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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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판이 살벌해질 때마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생각난다. 그는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거나 정치적 처신이 어려워지면 유머로 상황을 피해 나가곤 했다. 어느 날 그는 이런 얘기를 했다. 정치적 재능이란 내일, 내주, 내월, 내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예감하는 능력을 말한다. 아울러 훗날 왜 예언대로 되지 않았는가를 설명할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있어야 한다. 듣고 있던 정치인과 기자들이 와! 하고 폭소를 터뜨렸음은 물론이다.

우리나라 정치에는 그런 유머가 부족하다. 헐뜯고 싸움하기에 바빠 웃음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각 정당의 대변인은 정치 투쟁의 선봉장 역할을 해 왔다. 할 말, 안 할 말을 구별하지 못한 채 어떻게 하면 상대를 더 화나게 할 수 있을지 험한 말만 골라 쓰는 듯했다. 당의 방침이나 정책을 국민에게 알리는 본래의 일보다는 상대를 공격하는 전투적인 일에 앞장서 온 것이다.

그동안 여야 대변인들이 쏟아 낸 말들을 보자. 한 언론에서 야당 대변인의 입을 섬뜩한 흉기라고 표현했는데 정말 정확한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은 사표 쓴다고 매일이다시피 광고하는 사원이다 대연정()을 졸라 대는 노 대통령은 카바레 매너만도 못한 정치를 하고 있다. 상대를 서당개나 집돼지 등 동물에 비유하는 논평도 자주 등장한다. 성명이나 논평의 문장이 거칠고 조악해 혹시라도 아이들이 배울까 겁이 날 정도다.

한나라당 이계진 신임 대변인이 과거 대변인의 스타일은 잠시 접고 웃을 소()자를 써 소변인의 시대를 열까 한다고 말했다. 대변과 소변이 주는 어감()이 재미있다. 얼마 전에는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도 막말 정치를 그만두자고 제안했다. 멋진 말, 재치 있는 표현으로 가슴을 울리면서도 그 속에서 상대의 잘못을 명쾌하게 짚어 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촌철살여()고 촌철살야다. 하기야 고약하기로 치면 요즘 청와대에서 나오는 말들이 여야 대변인의 말들보다 한 수 위다. 촌철살청()은 누가 할꼬.

송 영 언 논설위원 yong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