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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코쿤족

Posted November. 01, 200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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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 숙명여대 앞에 문을 연 음식점 무스비원은 최근 여러 사람이 앉아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탁을 치웠다. 이곳에 들어서면 창가를 둘러친 듯한 긴 판자 형태의 식탁이 눈에 들어온다.

이 음식점 사장 차남준(39) 씨는 친구와 여럿이 함께 찾기보다는 혼자 음식을 먹으며 잡지를 보거나 음악을 듣다 가는 대학생이 많아 벽이나 창을 보고 혼자 앉을 수 있는 바(bar)형 테이블을 늘렸다고 말했다.

인근에 있는 카페 본솔도 마찬가지. 전체 손님의 40%가량인 나 홀로 손님을 위한 바형 테이블이 놓여 있다.

대학가에선 밥터디족()이란 말이 등장했다. 과거 공부를 하기 위해 스터디 클럽을 결성하듯이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으려면 미리 뜻을 같이하는 사람을 모아야 한다는 의미다. 예전엔 서로 모여 왁자지껄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식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밥터디족은 나 홀로라는 대학가 문화 코드의 이례적인 존재로 밀려나고 있다.

대학들은 새로운 문화코드를 따라잡기 위해 공간을 뜯어고치는 등 개조가 한창이다.

최근 신축 도서관 건물에 멀티미디어실과 정보검색실을 만든 서울대는 컴퓨터나 모니터 테이블을 1인용이란 느낌을 주도록 설계했다. 한쪽 방향만을 바라보는 예전의 강의실형 배치를 마주보거나 둘러앉는 형태로 바꿨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생들이 남에게 간섭받기 싫어하고 자신만의 공간을 찾는다는 점에 착안해 독립적인 분위기와 자유분방함이 느껴지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학생자율생활관의 휴게실에서도 기존의 대형 테이블을 볼 수 없다. 폭이 좁고 곡선형인 1인용 테이블로 꽉 차 있다.

이 학교 박해상(24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씨는 여럿이 앉아서 토론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혼자 문제에 몰두할 경우가 많다면서 혼자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려면 이런 테이블 형식이 효율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주거 공간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두 사람 이상이 쓰던 기숙사 방이 점차 1인실 위주로 바뀌고 있다.

내년 완공을 목표로 민자 기숙사를 신축 중인 건국대의 경우 1080개의 방 가운데 130개를 1인실로, 나머지를 모두 2인실로 만들고 있다. 건국대 발전전략팀 김종필(44) 과장은 설문조사를 통해 비용이 더 들더라도 개인 공간을 확보하고 싶다는 학생들의 의사를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중개업자 김옥용(38여) 씨는 요즘은 멀티스테이션 형태의 독립된 공간을 원하는 추세가 강하다고 말했다.

옛 코쿤족이 공동생활 위주의 환경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나섰다면 요즘 대학생들은 디지털을 통해 활발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도 나 홀로 생활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디지털 코쿤족이라고 할 수 있다.



김재영 j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