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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41명 사시2차 합격

Posted October. 18, 2005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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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법시험 합격생 19명, 올해는 41명.

유명 사법시험 준비 학원이나 대학의 선전용 플래카드에 적힌 문구가 아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고시촌인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자리 잡은 한 교회의 실적(?) 아닌 실적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6층 건물 지하 1층에 200평 규모인 아름다운 교회. 이 교회의 고시생 신도들은 14일 법무부가 발표한 제47회 사법시험 2차 합격자 1001명 가운데 41명을 배출했다. 또 올해 최연소 외무고시 합격생을 비롯해 공인회계사 2명, 세무사 2명도 배출했다.

1985년에 세워진 이 교회는 신림동이란 지리적 조건 때문에 신도의 절반 이상인 300여 명이 고시생이어서 이 같은 실적이 가능했다. 하지만 고시생 신도만 1000여 명에 이르는 주변 대형 교회가 배출한 합격생이 10명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 교회의 인치승(51) 담임목사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 교회가 고시 합격생 양성소보다는 고시생들의 안식처가 돼야죠라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인 목사는 치열하게 공부하는 고시생들에게 관심을 갖고 조그만 배려를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교회 신도들은 명절 때마다 고향을 찾아가지 못한 고시생들을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나눠 먹고 옷가지 등을 선물하는 것은 물론 시간이 날 때마다 직접 신림동 일대 고시원을 누비며 이들의 고민 상담역을 자처하고 있다.

인 목사는 합격의 스트레스 때문에 마음이 피폐해지기 쉬운 고시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따뜻한 관심이라며 신도들이 자발적으로 이들을 돕기 위해 노력한 것이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회의 합격생 가운데 일부는 자신의 공부 시간을 쪼개 매주 교회 신도들과 함께 거리를 청소하는 등 꾸준히 봉사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사시 합격생 김재훈(26) 씨는 매주 청년부 모임에서 많은 분이 고시생을 격려해 주셨다면서 교회가 24시간 개방되어 있어 괴로울 때면 언제든지 목사님과 상담을 할 수 있어 큰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인 목사는 교회 신도 가운데 합격생이 많아진 것은 기쁜 일이라며 하지만 낙방한 고시생을 위로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가 고시생들이 언제든지 와서 쉴 수 있는 따뜻한 안식처가 됐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밝혔다.



문병기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