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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 예보에 양계농가 울상

Posted October. 17, 2005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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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맛입니다.

2003년 국내 처음으로 조류독감 발병이 신고된 충북 음성군 삼성면에서 1만500여 마리의 닭을 키우는 박모(58) 씨는 16일 양계장에 나와 한숨만 계속 내쉬었다.

닭 출하가격이 생산비도 건지지 못할 정도로 뚝 떨어지는 상황에서 조류독감 발생 예보까지 발령됐으니 어떻게 살라는 건지 모르겠다.

14일 전국에 조류독감 발생 예보가 내려지면서 양계농가와 관련 업계의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식용 닭과 달걀 값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치킨가게 등 닭요리를 취급하는 업소의 매출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삼성면 일대에서는 휴일인 16일에도 외부 차량을 소독하고 생석회를 뿌리는 등 방역작업이 한창이었다.

박 씨는 조류독감 얘기가 나오기 전만 해도 개당 120원 안팎이던 달걀 값이 지금은 70원 대로 떨어졌다며 앞으로 어느 정도까지 떨어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근의 이모(47) 씨는 2년 전에는 조류독감이 실제로 발생해서 피해를 봤다고 쳐도 지금은 발생하지 않은 조류독감에 너무 난리를 피우는 것 아니냐. 식용 닭은 출하시기를 놓치면 사료 값이 만만찮은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울상을 지었다.

충남 천안시 북면에서 양계장을 하는 진모(57) 씨는 여름 성수기를 지나면서 닭 값이 연일 떨어져 걱정인데 설상가상으로 조류독감 발생 예보가 겹쳐 큰일이라며 만약에 조류독감이 진짜로 발병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충남의 경우 kg당 식용 닭 값은 926원으로 생산비 1085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올해 5월 1900원까지 올랐으나 8월 30일 1048원을 기록한 뒤 계속 하락세다.

달걀 값도 지난해 10월 10일에는 10개에 1325원이었으나 올해는 860원. 추석이 지나면서 계속 하락했는데 조류독감 예보까지 겹쳐 머지않아 생산비 이하로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충남도의 관계자는 식용 닭 값은 여름 성수기에 최고가를 기록하다가 9월에 하락한 뒤 10월부터 다시 오르는 게 일반적인 현상인데 올해는 조류독감 영향으로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닭을 재료로 하는 음식업소도 우울하기는 마찬가지.

충북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에서 3년째 치킨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최모(46) 씨는 조류독감과 관련한 언론 보도 이후 매출이 2030% 줄었다며 2년 전 조류독감이 발생했을 때는 거의 영업을 하지 못했는데 당시의 악몽이 다시 벌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전의 P삼계탕 관계자는 예전보다 손님이 4050% 줄었다며 닭을 먹어도 정말 괜찮으냐고 묻는 손님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돼지나 흑염소를 판매하는 업소는 상대적으로 손님이 늘었다.

돼지수육 요리로 유명한 대전의 D칼국수 관계자는 참살이(웰빙)다 뭐다 해서 고기를 찾는 인구가 줄어 예전의 경기를 회복할 정도는 아니지만 조류독감 보도 이후 손님이 다소 늘고 있는 것 같다며 주변의 삼겹살 집도 손님이 꽤 늘어 종업원들이 바빠졌다고 말했다.



장기우 지명훈 straw825@donga.com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