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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MC

Posted September. 29, 200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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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는 오락 매체로 봐야 하는가, 아니면 보도나 교양을 위한 매체가 돼야 하는가. 기본적으로 TV는 오락 매체에 가깝다. 그렇다고 오락 프로그램만 내보내는 바보상자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우리나라 방송법은 TV의 오락 프로그램 비중이 50%를 넘으면 안 된다고 명시해 중립을 취하고 있다. 이런 고전적인 논쟁을 무색하게 만든 게 TV의 장르 파괴다.

오락 프로그램이 정보와 교육적 요소를 도입하면서 인포테인먼트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교양 프로그램도 재미를 위해 오락적 요소를 도입했다. 오락물과 교양물을 구분하는 게 무의미하다. 교양물인 척하는 오락물이 TV에 넘쳐 난다. 상한선이 정해져 있는 오락물 비중을 이런 방법으로 늘린 것이다. 시청률에 목을 매는 방송사의 단골 수법이 스타 MC 모시기다. 경쟁이 과열되고 몸값도 올라간다. 이쪽저쪽 채널을 돌려 봐도 그 얼굴이 그 얼굴이고, 자기들끼리 웃고 떠드는 신변 잡담과 저급한 말장난이 넘쳐 난다. 어떤 오락 프로그램은 한꺼번에 5, 6명의 MC를 내세우는 융단 폭격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시청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송사는 시청자를 바보 취급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KBS가 지난해 외부 MC들에게 지급한 출연료 액수를 살펴보면 19명이 1억 원 넘게 받아간 것으로 밝혀졌다. 4억 원이 넘는 외부 MC가 1명, 2억 원을 넘게 가져간 MC가 4명이다. 형태는 공영방송이지만 몇몇 스타에 의존하는 프로그램 내용은 다른 상업방송과 별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수신료를 사실상 강제로 떼어 가는 국민의 방송이 보여 주는 구태의연하고 안이한 제작 태도다.

웃고 즐기는 오락 프로그램까지 공익성을 내세울 필요는 없지 않으냐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오락물에도 저급과 고급은 있다. 유명 MC의 식상한 농담과 몸짓을 보여 주지 않고도 좋은 오락물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찾아내야 한다. 공영방송이 해야 할 역할이다. 코드 방송과 시청률 지상주의라는 공영방송의 두 얼굴을 국민은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 것인가.

홍 찬 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