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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 곳곳에 시신 절망의 도시

Posted September. 03, 200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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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최대 피해지역인 뉴올리언스에는 1일에도 거리에 시신이 방치되고 수천 명의 이재민이 닷새 동안 물과 음식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었다.

여전히 물에 잠긴 도시 곳곳에서는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는 이재민들의 상점 약탈과 차량 탈취가 계속됐다. 가스 노출에 의한 화재가 발생하고 심심찮게 총격전까지 일어나 도시 전체가 무정부 상태를 방불케 했다.

급기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약탈자들에 대한 관용은 절대 없다고 경고했고 이날 오전 장갑차를 앞세운 주방위군이 치안 유지를 위해 수해지역에 긴급 투입됐다.

미 의회는 이날 밤 긴급 소집된 비상회의에서 부시 대통령이 요청한 105억 달러의 긴급 구호자금을 승인했다.

재즈의 도시가 무법천지로 변했다=CNN은 1일 오후 시내 한 경찰서에서 소총으로 무장한 경찰관들이 거리로 출동하는 장면과 머리 위에선 헬리콥터 소음이 들리고 멀리에 있는 한 쇼핑몰이 불타는 장면을 보도했다. 경찰은 CNN 기자에게 위험하다며 시가에 나가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시내 다른 곳에선 일단의 무장한 사람들이 거리를 배회하고, 건물은 불타고, 상점에선 사람들이 닥치는 대로 물건을 약탈하는 장면이 꼬리를 물었다. TV에 비친 컨벤션센터에는 시신이 곳곳에 방치돼 있었고 강간 사건이 있었다는 소문마저 돌아 분위기가 흉흉했다.

1일 현재 수재지역에는 주방위군 7400명이 급파됐으며, 2일에는 1만8000명 이상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부시 대통령은 2일 뉴올리언스, 미시시피, 앨라배마를 직접 순시한다.

메리 랜드류 루이지애나 출신 상원의원은 이날 카트리나로 수천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캐슬린 블랑코 루이지애나 주지사도 우리는 사실상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뉴올리언스 시내 슈퍼돔 인근의 컨벤션센터에서는 이날 수천 명이 닷새 동안 식수와 음식은 물론,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된 사실이 확인돼 사태의 심각성을 일깨워줬다.

인재()냐 천재지변이냐?=뉴올리언스는 해수면보다 낮은 도시 지형과 인공적인 홍수통제 시스템의 한계 때문에 오래전부터 대형사고가 예고돼 왔다는 점에서 인재 논란의 빌미가 되고 있다.

특히 폰처트레인 호수와 미시시피 강의 제방은 3등급 이상 폭풍우에는 견딜 수 없는데도 그동안 대비를 소홀히 한 문제가 집중 거론되고 있다. 이번 카트리나는 폭우를 동반한 등급 5, 4의 강력한 허리케인이었다.

더욱이 루이지애나 주정부는 지난해 제방 보호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연방정부에 예산 지원을 요청했으나 대폭 삭감된 사실이 공개돼 부시 행정부의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다.

홍수 방지용 제방 건설로 콘크리트 수로보다 훨씬 친환경적인 완충효과가 있는 거대한 해안 습지가 사라져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권순택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