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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자녀들의 특별한 여름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자녀들의 특별한 여름

Posted August. 13, 2005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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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에 온 몽골 소년 잠스랑(11)은 바캉스가 뭔지 모른다.

매일 잠스랑이 깨기도 전에 공장에 나가 늦은 밤에 돌아오는 엄마. TV를 보는 게 놀이의 전부인 잠스랑은 엄마의 손을 잡고 놀러 간다는 생각은 꿈도 꿔본 적이 없다. 1999년 한국으로 온 엄마와 몇 년을 떨어져 지낸 걸 생각하면 함께 사는 것만도 고마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잠스랑은 요즘 누가 엄마란 말만 꺼내도 덜컥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이 고인다. 불법 체류자 신분이던 엄마는 5월 단속에 걸려 강제 출국됐기 때문. 엄마는 금방 돌아오마라고 약속했지만 홀로 남겨진 이별을 받아들이기엔 11세의 나이가 너무나 버겁다.

그런 잠스랑이 생전 처음 친구들과 함께 여름휴가를 떠났다.

11일 강원 인제군 인제읍 고사리 내린천 상류. 사회봉사단체 사랑밭이 주최하고 레저이벤트업체인 레저스가 후원한 외국인 노동자 자녀들을 위한 행사 2005 희망의 래프팅에 참여한 것.

이날 내린천에는 잠스랑이 있는 재한몽골인학교 말고도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부천외국인노동자센터 등에서 8세에서 19세까지 90여 명이 모였다. 우즈베키스탄과 페루 출신 몇 명을 제외하면 모두 몽골에서 온 아이들이다.

낯선 사람들과 낯선 장소에서 잠스랑은 처음엔 웃음이 잘 나오지 않았다. 엄마랑 함께였으면 하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옆의 일힘바야르(16)를 보면서 울음을 꾹 참았다. 형 역시 지난해 아버지가 강제 출국돼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의젓하게 자신을 돌봐줬다.

다른 형들이나 누나도 얼굴 표정이 굳어 있긴 마찬가지. 이들은 부모들처럼 자신들도 대부분 단기비자가 만료된 불법 체류자 신분이기 때문에 낯선 환경에 놓이는 것을 두려워한다.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의 이은하(여) 지역복지팀장은 2002년 3월부터 불법 체류 중인 아이들도 학교를 다니게 해주면서 직접적인 단속은 없어졌지만 한국 아이면 훈방될 작은 법규 위반에도 강제출국을 당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이 예민하다고 말했다.

거칠고 냉담하던 아이들의 표정이 바뀐 건 내린천에 들어가 준비운동을 하면서부터. 비가 내리니 조심해야 한다며 세세히 챙겨주는 강사 아저씨들의 마음이 전달됐다. 딴 짓만 일삼던 암바트(15)도 얼굴에 물을 끼얹는 강사의 친근한 장난에 웃음보를 터뜨렸다.

재한몽골인학교의 보르마(49여) 교장은 아이들은 누가 자기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금방 안다면서 한국인들이 모두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해 그런 것이지 조금만 잘해주면 금방 친근하게 대한다고 귀띔했다. 늦은 저녁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잠스랑은 오랜만에 곤히 잠들었다. 꿈속에서 엄마라도 만났는지 얼굴엔 엷은 미소를 머금었다.



정양환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