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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구단 돈먹는 하마

Posted August. 10, 2005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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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100억 원이면 공장을 하나 지을 수 있는 돈인데 부천 SK는 매년 100억 원을 쓰면서 적자만 내느냐. 이런 상태라면 해체하라고 지시했다. 더 이상 돈 먹는 하마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부천 SK는 현재 서울대와 세종대에 외주 용역을 맡겨 축구단 존립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출범 23년째를 맞았지만 13개(상무 포함) 프로 구단은 많게는 연간 150억 원에 이르는 적자를 보고 있다. 당연히 흑자를 내는 구단은 하나도 없다.

한해 80억250억 쓰면서 자생노력 안해

프로축구단 부실 운영의 핵심은 축구가 기업에 기생하는 구조라는 데 있다. 기업이 축구단을 홍보의 도구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축구단을 내실 있게 운영해 흑자를 낼 생각보다는 돈을 얼마든지 써서라도 좋은 선수를 확보해 홍보만 하면 된다고 본다. 대기업 소속 구단과 종교단체 구단이 1년에 150억250억 원을 물 쓰듯 쓰는 이유다. 80억 원에서 100억 원을 쓰는 시민 구단들은 자생력을 키우는 노력을 하지만 일부 대기업 소속 구단들은 이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연맹 규정까지 어겨가며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어차피 나오는 돈, 홍보만 잘하면 된다는 식이다.

연맹규정 어겨가며 스타선수 잡기에 골몰

올해 새로 적용된 신인등록 규정에 따르면 K리그 신인 선수는 계약기간 3년일 경우 계약금 없이 연봉 5000만 원을 넘을 수 없다. 그러나 올해 신인 최대어인 축구천재 박주영(FC서울)은 20억30억 원을 받았다는 게 타 구단은 물론 연맹 측의 설명. FC서울은 연봉 5000만 원 외에 한 푼도 안 줬다고 말한다. CF 등 광고로 보전했을 뿐이라는 설명. 그렇다면 이면 계약을 했다는 얘기. 제2의 박주영이 나올 경우 똑같은 현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구단은 출전 수당을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까지 파격적으로 주고 있다는 말도 있다. 해당 구단은 40경기를 뛰면 20억 원인데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펄펄 뛰지만 그만큼 규정을 요리조리 피하는 각종 편법이 횡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딴 구단에서 잘 키워 놓으면 우리 팀에 오면 1억2억 원은 더 줄게라고 부추겨 빼내 오는 것도 다반사다. 이런 와중에 실력 없는 선수들도 수억 원씩 챙기는 거품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니 축구의 질은 더욱 떨어지고 팬들의 외면은 심해지고 있다.

고교와 대학 재학생에 대한 입도선매도 비일비재하다. 다른 구단보다 먼저 좋은 선수를 확보하기 위해 검은돈이 오가고 있다. 해당 학교에는 잔디 구장을 지어주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아마추어 감독들은 프로팀에 공공연하게 돈을 요구하고 있다. 이 모두가 성적지상주의에 목맨 구단들이 규정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이용수(KBS 해설위원) 세종대 교수는 축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은 없고 축구로 밥 먹고 사는 사람들만 있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양종구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