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도청 테이프인 이른바 X파일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27일 안기부 비밀도청조직인 미림팀의 팀장 공운영(58) 씨의 경기 성남시 분당 집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불법 도청 테이프로 보이는 녹음테이프 274개와 녹취록 13권을 확보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국정원이 1999년 공 씨에게서 테이프와 녹취록을 대부분 회수해 소각했다는 당시 국정원 관계자들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의 파문이 크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서창희)는 공 씨 집에서 과거 안기부 불법 도청과 관련된 120분 분량의 녹음테이프 274개와 권당 200300쪽짜리 녹취 보고서 13권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황교안() 2차장은 이 테이프와 녹취록 등은 종이상자 2개에 담겨 있었다며 현재 자료에 대한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황 차장은 불법 도청 테이프 제작과 보관 경위 등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명백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테이프와 녹취록이 복사돼 유출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이날 검찰은 불법 도청 테이프를 유출하고 테이프를 넘기는 대가로 삼성에서 금품을 받으려 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및 공갈 미수)로 재미교포 박인회(미국명 윌리엄 박58) 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또 자해 소동 이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공 씨의 병실에 수사관들을 보내 공 씨의 동태를 살피고 있으며 조만간 방문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이날 검찰은 미림팀 재건과 운영의 배후로 알려진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현철() 씨와 이원종() 당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에 대해 출국 금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검찰은 1999년 국정원이 공 씨에게서 테이프와 녹취록 등을 회수해 처리하는 과정에 대한 조사를 위해 천용택() 당시 국정원장,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 등에 대해서도 출금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이 출금 조치한 안기부 출신 인사 등 10여 명 외에 추가로 5, 6명을 출금 조치했다고 말했다.
조용우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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