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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귀한 손님 매실

Posted June. 20, 200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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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타계한 소설가 이문구 씨는 2001년 위암수술을 받은 후 고향인 충남 보령시에 내려가 손수 딴 매실로 담근 술을 문단의 지인들에게 보냈다. 휑하게 메마른 한겨울 관촌에 서면 절로 그리워졌을 법한 탱탱한 매실. 바야흐로 그 시디신 매실이 가득 차 넘치는 때다.

매실의 수확기간은 5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 예부터 망종(6월 6일부터 하지까지의 15일간) 이후 수확한 매실이 최고의 효능을 갖는다고 했으니 바로 지금이 매실을 즐길 최적기다.

갈증과 피로 풀어주는 시트르산 풍부

매실 성분의 85%는 수분. 나머지는 10%의 당분과 5%의 유기산이 차지한다. 유기산 중 시트르산(구연산)의 함량이 다른 과일에 비해 월등히 많다. 시트르산은 섭취한 음식을 에너지로 바꾸는 대사작용을 돕고 근육에 쌓인 젖산을 분해해 피로를 풀어준다. 칼슘의 흡수를 촉진하는 역할도 한다.

매실의 자극적인 향을 내는 피루브산은 간의 해독작용을 돕는다. 또 다른 성분인 카테킨산은 장 속의 유해세균 번식을 억제해 염증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매실에는 같은 무게의 사과보다 칼슘이 4배, 철분이 6배, 마그네슘은 7배, 아연은 5배 이상 많이 들어 있다.

한의학의 스타, 현대의학선 물음표

한의학에서는 덜 익은 매실의 껍질을 벗긴 뒤 짚불 연기에 거무스름하게 그슬려 말린 것을 오매()라 하여 항균제와 지혈제로 써 왔다. 동의보감은 오매를 갈증과 가래를 없애고 구토와 설사를 그치게 하며 술독을 풀어주는 약으로 설명한다.

한방에서는 갑작스럽게 체했거나 심한 설사가 나올 때 매실 가루를 따뜻한 물에 타서 마실 것을 권한다. 편도선염에도 매실 가루를 물에 타서 목을 헹구는 방법이 처방되고 있다. 상처에 매실 가루를 개어 붙이는 민간요법도 있었다.

자궁 출혈이나 피 섞인 변의 지혈, 뼈마디가 쑤시는 통증이나 회충으로 인한 복통의 완화에도 쓰였다. 1999년 TV 드라마 허준에서 매실이 역병(전염병)에 효험이 있다는 내용이 방영된 후 한동안 매실이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화제가 된 적도 있다.

그러나 현대의학에서 검증된 매실의 효능은 미미하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인정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으로서 매실의 기능은 유기산으로 인한 피로 회복 장 속 유해세균 번식 억제 몸의 지나친 산성화 방지 뿐이다.

최근 한국식품과학회는 매실즙이 알코올을 분해하는 ADH 효소의 활성과 함께 숙취의 원인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ALDH 효소의 활성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매실즙은 멜라닌 색소의 합성을 억제해 피부 미백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실의 항암 효과와 항산화 작용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지만 효과를 뚜렷이 확인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날것으로 먹으면 큰일 속 쓰리거나 열이 많은 사람도 안 좋아

삼국지연의에는 조조가 행군 도중 더위와 갈증에 지친 병사들에게 조금만 더 가면 매실나무 숲이 있다며 달래는 이야기가 나온다. 매실은 그 시큼한 맛을 생각하며 갈증을 잊을 수는 있으되 날것으로 먹을 수는 없는 특이한 과일이다.

덜 익은 매실의 씨와 과육에 아미그달린이라는 독성 물질이 들어 있는데 많이 먹으면 유독한 청산()으로 분해돼 중독을 일으킨다. 매실주 등 음식이나 약재로 가공하면 청산 성분은 대부분 없어진다.

한약의 특성을 밝힌 본초학에서는 땀으로 발산시켜야 할 병에 오매를 잘못 쓰면 크게 해가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경희대 강남한방병원 성인병센터 고창남 교수는 위산이 많아서 자주 속이 쓰린 사람, 치아가 약한 사람,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손택균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