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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동영-김정일 면담, 흥분할 일 아니다

[사설] 정동영-김정일 면담, 흥분할 일 아니다

Posted June. 18, 2005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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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어제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났다. 두 사람은 북한 핵문제와 남북관계 개선 방안을 놓고 비교적 솔직하게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장관이 김 위원장을 만난 것이 5년 만이라니 어떤 형태로든 결실로 이어졌으면 한다. 그렇다고 흥분할 일은 아니다. 면담 결과를 면밀하게 짚어보는 게 우선이다.

정부와 열린우리당 안팎에서는 차기 대권 예비후보인 정 장관이 마침내 대박을 터뜨렸다는 식의 반응이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는 곤란하다. 북한에 대한 일관성 없는 지원과 저자세도 결국 정치적 의도를 갖고 남북문제에 접근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면담을 수락한 방식은 여전히 깜짝쇼였다. 행사가 끝나기 직전까지 면담이 어려울 것처럼 하다가 막판에 전격 수락함으로써 남측 당사자를 더 감격하게 만드는 상투적인 수법이다. 이제 그런 방식의 만남은 우리 측에서 일축할 때도 됐다.

김 위원장과의 면담으로 615 평양축전의 대미()를 장식했다고는 하지만 북측의 의도는 남측 정부가 민족공조의 입장에서 더 적극적으로 미국에 할 소리를 해 줘야 한다는 김정호 행사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의 기자회견 내용에 그대로 담겨 있다. 민족끼리를 외치면서 뒤로는 미국을 향해 우리를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는 북한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을 위한 민족공조인가. 핵을 용인받기 위한 민족공조는 결코 안 된다.

이번 면담에도 불구하고 이런 본질적인 문제들은 전혀 풀리지 않고 있다. 미국의 시각에서 보면 문제는 더 복잡하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앞으로 북-미 양자대화 때 인권문제를 거론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정 장관은 평양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해 한마디라도 했는지 묻고 싶다.

대화는 물론 해야 한다. 김 위원장과의 면담도 필요하다. 그렇더라도 국민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원칙 위에서 해야 한다. 김 위원장을 면담한 것 자체를 무슨 영광이나 되는 듯이 행동해서는 앞으로 될 일도 안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