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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억은 사업운영비 말바꿔

Posted May. 01, 2005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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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유전개발 투자 의혹 사건의 중심에 있는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이 지난해 10월 러시아에 계약금(650만 달러)을 보내기 전에 이미 사업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사업 포기를 검토했던 것으로 1일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사업을 주도한 왕영용(구속) 사업개발본부장은 계약금을 보내기 전에 사업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실무 직원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오히려 이들을 사업추진팀에서 배제한 채 허위보고 등으로 사업을 강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홍만표)는 지난달 30일 왕 본부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구속했다.

윗선은 몰랐다?=검찰 조사결과 철도청은 지난해 9월 30일 신광순() 당시 차장 주재로 간부급 17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사업 포기 여부를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에 계약금 송금(10월 4일)을 5일 정도 앞둔 시점이다.

이 회의에서 일부 임직원들은 9월 22일부터 5일간 철도청 실무직원들의 러시아 현지 방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업 추진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본보가 입수한 당시 회의 결과 자료에도 이날 회의에서는 1안()으로 사업 포기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회의에서 왕 본부장은 세부 실사 후 사업성이 없을 경우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계약서에도 없는 내용을 거짓으로 보고했다.

결국 왕 본부장의 주장대로 이날 회의에서는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고 검찰은 밝혔다.

드러나는 실체=검찰이 왕 본부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에 담긴 내용만 놓고 보면 이번 사건은 권력형 게이트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사업 참여와 사업성 검토는 물론 사업 무산 이후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왕 본부장 등이 거짓말을 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철도공사 실무자들은 한결같이 왕 본부장의 개인적 공명심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정치권 로비자금설이 나돌았던 사례비 120억 원에 대해서도 왕 본부장은 사례비가 아니라 사업운영비 성격이었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고 검찰은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부동산개발업자인 전대월(43구속) 하이앤드 대표가 검찰 조사에서 당초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이 지질학자 허문석() 씨를 소개한 과정과 관련해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다소 다른 진술을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로선 해외 체류 중인 허 씨가 자진 귀국하지 않는 한 정치권 연루설의 실체가 명쾌하게 밝혀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일 왕 본부장과 함께 유전사업을 주도한 박상조() 당시 철도재단 카드사업본부장을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

또 당시 철도청장과 차장이었던 김세호() 건설교통부 차관과 신광순 철도공사 사장을 이번 주 소환해 왕 본부장 등의 무리한 사업추진 사실을 알고도 묵인하거나 방조했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조용우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