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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돌아온 탄핵의 계절

Posted April. 21, 2005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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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남미의 에콰도르에서 루시오 구티에레스(48) 대통령이 의회에서 탄핵된 뒤 수도 키토의 브라질 대사관으로 피신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같은 날 에콰도르 의회는 의원 100명 중 야당의원 62명의 전원 찬성으로 최근 끊이지 않는 반정부 시위의 책임을 물어 대통령을 강제 축출하기로 결정했다. 곧바로 헌법에 따라 알프레도 팔라시오(68)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사태 개요=의회의 대통령 탄핵은 총기와 흉기로 무장한 수천 명의 반정부 시위대와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사당을 점거하고 일촉즉발의 유혈충돌을 예고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사태가 악화되자 전통적으로 정권의 막후 조종자 역할을 해 온 군부도 공공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구티에레스 대통령은 탄핵안이 통과된 직후 브라질 대사관에 피신해 망명을 신청했으며 브라질 정부는 망명을 허용했다.

팔라시오 신임 대통령은 취임연설을 통해 오늘로 구티에레스의 방자함과 시민의 우려는 끝났다고 선포했다. 심장병 전문학자 출신의 팔라시오 신임 대통령은 좌파 이념의 빈민층 우호 정책을 실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인=이번 사태는 지난해 12월 구티에레스 대통령이 의회를 동원해 자신을 부패 혐의로 탄핵하려던 대법관들을 면직하는 의안을 가결토록 한 데에서 비롯됐다.

그 뒤 헌법 전문가들은 의회의 투표가 위헌이라는 의견을 내놓았으며 상당수 야당 지방단체장들도 대통령의 하야를 강력히 요구했다. 민심도 구티에레스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렸다.

결국 13일부터 수도 키토를 중심으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가 시작됐으며 20일에는 시위대가 의사당으로 난입해 기물을 부수는 폭동 양상으로 발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구티에레스 대통령이 원주민 단체와 좌파의 전폭적인 지지로 당선됐지만 기대와 달리 친미정책과 초긴축 경제정책으로 급선회하면서 지지계층을 잃은 데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에는 측근 비리가 연이어 불거져 나오면서 미국에서까지 외면을 받았다.

구티에레스 대통령의 망명으로 에콰도르에서는 10년 사이 3명의 대통령이 임기를 못 채우고 축출되는 정국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주성하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