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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부시식 낙하산

Posted March. 18, 2005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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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한 북한 전문가가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로버트 갈루치 미 조지타운대 학장(전 국무부 차관보)을 만났다고 한다. 갈루치 학장은 1994년 1차 북한 핵 위기 때 미측 협상 대표로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를 이끌어 낸 주인공이다. 대표적인 지한파()이자 북한과의 대화를 중시하는 온건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그런 갈루치가 요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나 같은 민주당 계열 사람들의 말은 들어 볼 생각조차 안 한다고 하더란다.

부시 행정부를 주도하는 강성() 네오콘들의 위세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집권 1기 때는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아 조심이라도 했지만 2기에 들어와선 거의 막무가내다. 아마도 이라크전쟁의 승리에 따른 중동 민주화 바람에 크게 고무된 탓일 게다. 국제사회의 불만을 무릅쓰고 대표적 네오콘인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을 차기 세계은행 총재로 내정했으니 그 기세를 짐작할 만하다.

미국에선 이를 놓고 부시 행정부의 투박하고 솔직한 면모를 드러낸 예로 보는 시각도 있는 모양이다. 미국 몫인 세계은행 총재 자리에 금융 전문가가 아닌 네오콘 인사를 보낸 것은 세계은행을 민주주의 확산의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너무나 솔직하게 드러낸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주변의 시각은 차갑다. 한 비정부기구(NGO)는 울포위츠는 최근 유엔 주재 미 대사로 지명된 존 볼턴 전 국무부 차관과 함께 국제협력을 무너뜨리는 다이내믹한 복식조(duo)가 될 것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행태는 학계의 주요 연구 대상이다. 국제정치학계에서 부쩍 각광받기 시작한 제국론() 논쟁이 그 예다. 테러 집단에 대한 선제 공격론에서 드러났듯 미국은 민족국가(nation state) 차원의 초강대국을 넘어서 마침내 제국(empire)의 양상을 띠고 있느냐, 아니냐가 논쟁의 골자다. 울포위츠로 나타난 부시의 낙하산 인사도 아메리카 제국의 또 하나의 징표일까.

송 문 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