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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쌍용 뜬다

Posted March. 14, 2005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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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소프트웨어의 1인자이고 우리는 하드웨어의 1인자다. 이 둘을 합치면 세계 최고가 될 것이다.

2002년 1월 당시 주룽지() 중국 총리는 인도 뉴델리를 방문했을 때 이렇게 말했다. 그때만 해도 허황된 말로 들렸다. 국경 분쟁으로 양국의 긴장이 가시지 않았을 때였다. 그 뒤 3년.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지난해 말 군사적 외교적 갈등을 종식시킨 데 이어 올해 초부터 속도를 내기 시작한 양국의 경제 협력이 전략적 제휴의 단계를 심화시켜 가면서 이제 세계 경제의 지각변동까지 예고하고 있다.

특히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4월 초 인도를 방문해 올해 중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43년 만의 양국 정상회담 개최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1962년 국경 분쟁 이후 불편한 관계였던 중국과 인도. 두 나라를 합치면 전 세계 인구의 40% 가까운 엄청난 시장잠재력을 바탕으로 내딛기 시작한 두 거대 잠룡()의 발걸음을 세계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중국의 몸통에 인도의 머리로=인도의 최대 소프트웨어 교육회사인 NIIT. 중국 정부의 지원 아래 지난해 베이징, 상하이 등 전국 108곳의 정보기술(IT) 교육센터에서 2만5000명 이상의 중국 학생을 유상 교육시켰으며 3000만 달러어치의 소프트웨어를 판매했다. 중국 가전업체 TCL은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방갈로르에서 인력과 기술을 도입해 TV, DVD플레이어, 에어컨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인도의 머리와 중국의 몸이 만나는 현장이다.

이 같은 경제 협력에 힘입어 양국 간 무역액은 2001년 36억 달러(약 3조6000억 원)에서 지난해엔 4배 가까이 늘어난 136억 달러(약 13조6000억 원)를 기록했다. 2001년만 해도 양국 간 직항로가 없었지만 지금은 1주일에 5차례 항공기가 운항하고 있다. 인도는 2년 후 최대 교역국으로 현재의 유럽연합(EU)이 아닌 중국을 꼽고 있다.

생존을 위한 공생=최근 두드러진 양국 간 경제 협력에는 국제 정세와 경제 성장이란 요소가 맞물려 있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해 온 미국과 일본은 지난달 19일 미 워싱턴에서 외무국방장관이 참석해 안보동맹회의(2+2회담)를 갖고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양국 공통의 우려 사항이라고 선언하며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중국엔 인도가 큰 원군이었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말 인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환심을 사 두었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연구위원은 한국도 중국, 인도의 아시아시장 분할 지배에 맞서기 위해 경제와 정치 논리를 구분해 국제사회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정치적으로 껄끄럽더라도 일본과 전략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등 우리도 국제무대에서 경제적 실익을 챙겨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