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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총리, 뻣뻣한 ? 뻔뻔한 ?

Posted February. 17, 2005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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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총리만큼 평가가 양극으로 엇갈리는 정치인도 드물다. 능력이 탁월하다는 찬사와 성격이 고약하다는 혹평이 함께 따라다닌다. 이번 임시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도 그는 공세적 소신 발언으로 행고입저(높은 행정부와 낮은 입법부)의 분위기를 선도했다. 그만큼 구설수에도 올랐다.

위압적 총리=이 총리의 대정부질문 답변 태도는 논란의 소지가 충분했다. 16일에는 (의원님들의) 질문 내용에서 국가정책에 얼마만큼의 이해도를 갖고 있는지, 그냥 신문에 보도되는 기사 정도를 모아서 질문하는 수준인지 유심히 들으며 메모하고 있다고 발언해 국회 본회의장에 일순 냉기가 돌았다. 한나라당에서는 즉각 의원들을 채점하겠다는 오만한 발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총리는 또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 검토 여부를 묻는 열린우리당 김종률() 의원의 질문에 절대로 그런 일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잘랐다. 같은 당 주승용() 의원이 호남고속전철에 대한 이 총리의 부정적 발언을 따지고 들자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자꾸 왜곡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발언 태도가 너무 뻣뻣하다는 당직자들의 충고를 의식한 듯 17일 답변에서는 의원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는 표현을 자주 쓰며 자세를 낮췄다. 이전 3일간의 위압적인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능력은 있다?=이 총리의 발언 태도에서 이전 총리들의 어물쩍 저자세나 신중히 검토하겠다 깊이 유념하겠다는 외교적 언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구체적 현안에 대해 분명히 답변하고, 이치에 맞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반박하는 긴장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는 정책 현안들을 깊숙이 꿰고, 가지를 쳐내는 특유의 종합분석 능력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총리실의 한 간부는 과거에는 재정경제부가 가장 힘센 부처인줄 알았는데 요즘 총리의 국정장악 능력을 보면 총리실에 근무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또 쟁점 현안을 뒤로 미루는 일이 없다. 총리실 관계자는 과거 총리들은 민감한 사안이면 결정을 하지 않고 추후 더 검토해 보자는 식으로 미루었는데, 이 총리는 자신이 욕을 먹더라도 결론을 내리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저돌적인 이 총리의 태도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국가적 통합에 앞장서야 할 총리가 대결과 갈등의 단초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이 총리 파워의 원천=이해찬 파워는 일차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에서 나온다. 이 총리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노 대통령과 비공식적으로 만난다. 노 대통령의 심기를 누구보다도 정확히 읽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을 차떼기 당에 비유하고 국회의원들과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태도, 거침없는 언론 비판은 결과적으로 노 대통령의 가려운 곳을 긁어 줬다. 노 대통령도 지난해 말 수석보좌관회의 등에서 나도 상황판단이 빠른 편인데 이 총리는 더 빠른 것 같다고 치켜세운 바 있다.

게다가 이 총리는 각종 정보를 청와대와 대등하게 공유한다. 국가정보원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그에게 수시로 서면보고를 한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선 실세 총리를 견제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기준() 교육부총리 인선 파문 때 청와대 내에서 추천은 총리가 했다고 흘린 것도 미묘한 기류를 반영한 것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분권형 국정운영 체제로 이 총리가 코드 원(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준 효과가 있지만, 2인자로서의 경계선을 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윤영찬 정용관 yyc11@donga.com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