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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륜 실종 위기의식 공유할 때

Posted January. 25, 200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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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 청부납치 사건에 사회 전체가 경악하고 있다. 이 사건은 사회의 버팀목을 붕괴시키는 온갖 사회병리 현상의 종합판으로 불릴 만하다. 유부녀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려고 영아 납치를 청부한 것은 급속히 해체되는 가정의 위상을 상징하고도 남음이 있다. 심부름센터 직원들이 낯모르는 사람에게 거액을 받고 선뜻 모녀() 납치에 나선 것은 물질 만능주의가 갈 데까지 간 중증()의 징후를 대변한다.

어디 그뿐인가. 범인들에게서는 최소한의 인륜()마저 찾아볼 수 없었다. 갓 태어난 아이는 결혼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 반()사회적 범죄인 납치는 손쉬운 돈벌이 수단으로 여겼을 뿐이다. 사회규범이 실종되어 버린 아노미 현상이다.

납치범들의 귀에 우리 아이를 돌려 달라는 아기 엄마의 애처로운 절규는 들리지 않았다.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인 여인을 잔인하게 살해한 것을 보면 이들에게 모녀는 철저히 타자()에 불과했다. 이 사건은 끈끈했던 공동체 정신이 사라지면서 나와 관계없는 나머지는 남으로 인식하는 각박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유영철의 연쇄살인에 이어 발생한 이 사건은 제3의 비슷한 참극()이 벌어질 개연성을 예고한다. 누구나 실감하고 있을 만큼 사회병리가 심각한 상황이다. 사람들은 더 불안해지고 상호 신뢰가 추락하는 악순환이 불가피하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참으로 막막하다. 그럼에도 모두가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일로 출발점을 삼아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 조각조각 분열된 사회를 복원하고 건강성을 되찾기 위한 지혜를 모을 수 있다. 가치관의 빠른 변화 속에서 공통의 사회규범을 정립하는 일도 더 미룰 수 없다. 가장 절실하고 근본적인 과제는 역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정신의 회복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