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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표 박정희의 딸이라는 것 잊어달라

Posted January. 20, 2005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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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딸이라는 것을 잊어 달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20일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부친인 박정희 대통령 시절 벌어진 한일협정과 문세광 사건 관련 문서가 잇따라 공개된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 과거사 문제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자신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였다.

박 대표는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문서 공개에 대해 공당의 대표로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문제와 관련해 대표인 나에게 부담을 갖거나 나를 염두에 두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나는 개인이 아니라 공당의 대표로서 의견을 말하고 있다며 저 박근혜를 잊어 달라. 어떠한 부담도 갖지 말라.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의 이 발언은 잇따른 문서 공개가 박정희 정권 과거사 문제로 번질 것에 대비해 정면 돌파할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 정권과 자신을 분리 대응함으로써 당 안팎의 네거티브 공세를 헤쳐 나가겠다는 것이다.

실제 비주류인 이재오()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한나라당은 현대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과거사에 대해 진정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지난해 친일진상규명관련법이 문제가 됐을 때 박 대표가 먼저 조사 대상을 넓히자고 치고 나갔다며 움츠리고 몸 사리지 않고 할 말은 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세광 사건 문서가 공개된 이날 박 대표는 공식회의를 잇달아 주재하면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으려 했다. 특히 문세광 사건 문서 공개에 대한 소회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소회랄 게 있겠느냐라고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박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육영수 여사 서거 후 박 대표는 부친인 당시 박 대통령에게 전 결혼하지 않고 어머니 역할을 대신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이날 문서 공개에 대해 국민의 알권리 존중 차원에서 바람직한 결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 의원들은 불필요한 오해를 의식해 정치적 해석을 자제했지만 일부 의원들은 당시 정부가 일본 정부를 강하게 몰아붙인 데 대해 유신정권을 강화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었을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정연욱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