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기업 글로벌 유망주가 없다

Posted January. 04, 2005 22:33,   

日本語

맥킨지, 베인앤컴퍼니 등 세계적인 컨설팅사는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국가로 도약하려면 글로벌 컴퍼니가 10개 정도는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망주가 없는 한국 기업 생태계=4일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금융회사를 제외하고 매출 1조 원이 넘는 회사의 수는 1990년 18개 사에서 1995년 47개 사, 2000년 68개 사, 2003년에 84개 사로 매년 늘었다.

숫자상으로는 증가세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리 희망적이지는 않다. 2003년 기준으로 매출 1조 원이 넘는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 등 4개 글로벌 회사를 빼면 내수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매출도 커진 건설, 유통, 식품, 통신회사가 대부분이다. 이들 회사는 해외시장 공략이 어려워 추가로 성장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김종년 수석연구원은 내수와 수출을 아우르면서 매출과 이익이 매년 늘어날 가능성을 가진 회사는 태평양, 모비스, LG화학, 삼성SDI 정도라고 꼽았다.

왜 이렇게 됐나=글로벌기업으로 클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가 부족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경제관료 출신인 카이스트테크노경영대학원의 이창양 교수는 한국기업의 성장을 이끌었던 재벌-정부-금융의 3각축이 외환위기 이후 해체되면서 혁신시스템도 무너졌다며 이제 어느 재벌도 과거와 같은 기업가 정신으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기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각 계열사가 총동원돼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정부와 국민은 그 리스크를 분담하던 성공 공식이 깨졌다는 것.

외국계 컨설팅사나 투자기관에서 몸담고 있는 해외파의 시각은 다소 다르다. 메릴린치증권 이원기 전무는 삼성, LG 등 초대형 재벌들의 과도한 사업다각화로 후발주자들이 진입할 틈을 주지 않았다며 그나마 재벌의 힘이 미치지 않은 영역인 게임이나 인터넷 기업에서 새로운 기업의 등장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지식기반경제에서 탈출구 모색해야=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에 이어 해외시장에서도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기업을 키우는 해법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LG경제연구원 이승일 상무는 기존 산업군에서 제2의 삼성전자 같은 회사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면서 다만 정부, 금융, 사회 모두가 기업가 정신이 마음껏 발휘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바이오나 나노산업 등 새로운 산업분야에서 글로벌기업이 생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경제부 박병원 차관보는 국내 시장이 개방화, 국제화된 시대에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유망주를 키워주던 시대는 끝났고 삼성전자와 같은 매머드 기업이 더 이상 나오기도 힘들다며 한국 사회 전체가 지식기반경제로 빨리 이행하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기업이 많이 생겨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