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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 지옥이 한곳에

Posted December. 28, 2004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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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터전을 완전히 잃어버린 길거리 노점상들은 주변에서 멍하니 하늘만 바라볼 뿐이었다. 리어카는 박살났고, 준비해둔 재료는 모두 버렸으며 손님도 뚝 끊겼다.

마스크를 낀 군인들은 뒤집힌 승용차를 세우며 돌무덤에 깔린 사람들을 빼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기중기 없이 사람의 손으로만 작업을 해 진도는 더디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 한국인을 포함해 외국인 관광객이 즐기던 해변에는 곳곳에 죽음의 그림자가 깔려 있었다.

해변 가까이 있는 메르디앙 호텔도 1층 유리창은 모두 깨졌고 야외수영장은 오물로 뒤덮였다. 지배인은 물과 전기 공급이 끊겨 투숙객을 모두 내보내고 있다면서 언제쯤 손님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쓰나미의 피해는 해변을 따라 이어졌다. 파통 비치 남쪽에 있는 카론 비치, 카타 비치를 잇는 도로는 재앙 사흘이 지났어도 깨진 유리 조각과 파도에 밀려온 부유물로 마치 쓰레기장 같았다.

카타 비치 리조트에 투숙한 스웨덴 관광객 아그네타 구스타프손 씨(52여)는 26일 오전 10시경 갑자기 바닷물이 300m 이상 빠져나가더니 엄청난 파도가 호텔을 덮쳤다면서 가슴까지 물이 차올라 파도에 휩쓸리지 않도록 호텔 기둥을 붙잡고 버텼다고 말했다. 29일 출국 예정인 그는 출국 날짜를 앞당길 수 없어 아직 이곳에 머무르고 있었다.

푸케트에서 가장 사람이 붐비는 곳은 병원이었다.

26일 피피 섬에서 부상당한 한국인 10여 명이 입원했던 푸케트 방콕 인터내셔널 병원은 수용시설보다 2030% 초과해 환자를 받은 상태. 28일에도 응급환자가 쉴 새 없이 몰려와 침대는 만석이었다. 다행히 한국인 부상자들은 28일 오전 모두 퇴원했다.



박형준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