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나눔의 세상이 아름답다

Posted December. 14, 2004 23:08,   

日本語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춥고 배고프고 찾아와 주는 사람 없는 이들에게 세모()는 더욱 고단할 수밖에 없다. 자녀들에게서 버림받은 노인, 보호시설에 버려진 어린이, 방학이 되면 끼니를 이을 수 없는 청소년을 돌보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의무다.

다행히 연말을 맞아 나눔과 기부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웃돕기 국민성금 모금과 운용을 총괄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익명의 선행과 연인 또는 친구의 이름으로 성금을 내는 기부 릴레이가 줄을 잇고 있다. 거리의 구세군 자선냄비에도 온정이 넘친다고 한다.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은 대기업도 예년에 비해 이웃돕기성금을 크게 늘렸다고 하니 고마운 일이다.

올 한 해는 서민들이 특히 큰 고통을 겪었다. 최근 부모가 일하러 가면서 집을 비운 사이 갑작스러운 화재로 생명을 잃은 삼남매의 안타까운 사연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정치권이 가난한 이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은 채 역사와 이념을 논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올 한 해를 별 탈 없이 넘긴 가족과 식탁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만 해도 소중한 축복이다. 천주교 복지시설인 꽃동네 식구들은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법정 스님은 도움을 주면 도움을 주는 쪽과 받는 쪽 모두 충만해지며, 특히 주는 쪽이 더욱 충만해지는 것이 바로 나눔의 비밀이라는 법문()을 남겼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고통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건강한 육신을 갖고 있는 이들, 사회로부터 혜택을 받은 계층, 조금이라도 더 배운 사람일수록 나눔의 실천에 앞장서기 바란다. 남을 돕는 것은 곧 나를 구원하는 것이자 공동체가 더불어 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