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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1조기술 샐뻔했다

Posted December. 05, 2004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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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연구비를 들여 개발한 첨단기술을 경쟁국가인 중국과 대만 등으로 유출하려던 국내 유명 기업 출신의 직원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검찰은 이들을 스카우트하려던 대만 기업 임원을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컴퓨터수사부(부장 이득홍)는 6세대 초박막 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 컬러필터 공정기술을 빼내 대만 A반도체사에 입사하려 한 국내 유명 LCD제조업체인 C사 전 직원 유모 씨(36)와 김모 씨(32) 등 2명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5일 구속기소했다.

같은 회사 출신의 김모 씨(34)는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이들에게 전직을 제안한 차모 씨(44)를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국내에 들어와 유 씨 등과 스카우트 협상을 했던 대만 A업체 임원인 대만인 주()모 씨에게 피의자 자격으로 출두할 것을 통보했다.

검찰은 또 C사와 계열관계인 의약품 제조업체의 항생제 관련 기술을 중국 업체에 e메일을 통해 유출한 혐의로 이 회사 직원 김모 씨(46)를 구속기소하고 이모 씨(47)를 불구속기소했다.

억대 연봉에 승용차, 주택 제공=대만 타이난()시에 LCD 6세대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는데 공장장급부터 엔지니어까지 LCD 전문가 5, 6명을 구해 달라. 연봉은 1인당 2억원 수준이다.

LCD 부품용 컬러필터 제조업체인 대만 A사는 자신들이 300억원을 투자한 국내 B벤처회사 사장 차모 씨에게 6월 이같이 부탁했다. 주주회사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한 차 씨는 회사 창업 전 함께 근무했던 C사 과장 유 씨에게 이 제안을 전했다.

유 씨는 공장장급은 없는데 사장급은 있다. 바로 나다고 대답했다. 8월 대만의 A사 본사를 방문해 이직 조건 등을 협상한 유 씨는 연봉 2억원에 주택과 승용차 제공을 조건으로 내걸어 A사로 이직할 같은 회사 연구원 2명을 모집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 중 구속된 연구원 김 씨는 8월 말 자료 유출 흔적이 남지 않는 회사 공유용 서버컴퓨터에 접속해 영업비밀인 4, 5, 6세대 LCD 제조기술을 외장형 하드디스크에 복사하는 데 성공했다.

9월을 전후해 퇴사한 이들은 11월 초 출국을 앞두고 10월부터 영어학원에서 같이 영어회화를 수강하면서 출국 준비를 했지만 출국하기 직전 검찰에 붙잡혔다.

검찰은 이들이 빼낸 자료를 모두 압수했으며 기술 유출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잇따르는 기술 유출=C사와 계열관계인 C의약품제조업체가 보유한 항생제 관련 기술은 이미 중국 회사로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국내 의약품 제조회사에 재직하던 김 씨는 올해 17월 e메일을 이용해 20차례에 걸쳐 항생제 중간체의 제조기술을 중국 회사로 넘기면서 4만 달러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또 올해 5월에는 부인 명의로 국내에 관련 회사를 설립한 뒤 8월까지 기술을 넘긴 중국 회사로부터 3억원 상당의 항생제 중간체를 수입해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항생제 중간체의 유출로 중국에서 저가제품이 역수입됨에 따라 수출 손실은 250만 달러에 이르고 국내 판매 손실도 수십억 원이나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검찰은 전했다.

최근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장비제조 핵심기술 등 3000여 건에 이르는 특허기술이 외국 기업의 국내 자회사에 매각되는 방식으로 유출되고 있지만 관련 법규의 미비로 제재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황진영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