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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식 선 핵폐기 대북압박 예고

Posted November. 16, 2004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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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의 사퇴와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국무장관 내정 소식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눈과 귀 역할을 하던 라이스 보좌관이 앞으로 펼칠 대()한반도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북핵 문제와 관련해 라이스 보좌관은 선() 핵 포기를 선언한 리비아식 해법을 선호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이 13일 로스앤젤레스에서 밝힌 북핵 구상과의 접점 찾기가 외교안보팀의 핵심과제로 부상했다.

리비아식 해법 대 노무현식 해법=라이스 보좌관은 부시 대통령의 참모로서 자신의 북핵 해법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거의 없지만 7월 9일 방한 때 나름의 구상을 피력했다.

그는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서 전략적 결정을 해야 할 때가 됐다. 북한이 핵 활동을 중지하고 국제적 감시를 받으며 진정한 핵 폐기를 한다면 얼마나 많은 것(대가)이 가능할지에 대해 북한은 놀랄 것이다고 말했다.

북한의 선() 핵 폐기 방식에 무게가 실린 발언이었다. 그는 북한은 (선 핵 폐기를 한) 리비아를 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2차 북핵 위기의 원인이 된 고농축우라늄(HEU) 핵 프로그램에 대해 북한이 그것을 인정하고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라이스 보좌관의 이 같은 발언은 부시 행정부의 기본 입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미측에 북한을 대화상대로 인정해 북한에 안전을 보장하고, 개혁개방을 통해 현재의 곤경을 극복할 기회를 줄 것이냐 아니냐의 결단을 내리자고 촉구한 노 대통령의 구상과는 시각차가 있다.

위기이자 기회=라이스 보좌관이 파월 장관보다는 한국에 덜 우호적일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정부의 핵심 당국자는 라이스 보좌관을 대북강경파인 신보수주의자(네오콘)라고 오해하곤 하는데, 그것은 대표적 온건파인 파월 장관과 상대적으로 비교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는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란 궤도 위로만 올라서면 파월 장관 때보다 정책 집행면에서 탄력을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크다. 6자회담에서 온건파가 합의해 온 사안을 부시 행정부 내 강경파가 뒤늦게 틀어버린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부시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라이스 보좌관과 일하기가 편할 것이란 얘기다.

라이스와 6자회담=정부 내부에서는 그동안 파월 장관이 1, 2년 더 해주길 바라는 분위기도 감지됐었다.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는 6자회담 때문이었다. 한미 양국은 제4차 6자회담의 연내 개최를 적극 추진해왔기 때문에 국무부의 파월 장관-리처드 아미티지 부장관-제임스 켈리 동아태담당차관보 라인이 당분간 유지되는 것이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이었다. 라이스 보좌관의 국무장관 내정으로 6자회담 추진 일정에도 어느 정도의 지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부형권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