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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뒤통수 맞을 줄이야

Posted March. 20, 2003 22:20,   

정부부처 1급인사와 관련한 정찬용 대통령인사보좌관의 발언으로 공직사회가 크게 흥분하고 있다. 정 보좌관은 19일 "공무원으로서 1급까지 했으면 일단 다한 것이다"며 "본인의 복이나 운이나.., 로또복권도 그러나요..시대적 흐름과 맞아떨어지면 정무직을 할수도 있고 아니면 집에서 건강관리를 하거나 배우자와 놀러 다닐수도 있죠"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특히 당사자인 1급 간부들은 분노를 넘어 심한 배신감마저 토로했다.

행정자치부의 1급 간부 A씨는 공무원으로서 국가에 충성한 대가가 고작 이거냐며 내쫓는 마당에 따뜻한 말로 위로는 못해줄망정 비아냥거리는 식의 말로 뒤통수까지 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행자부의 다른 1급 간부 B씨도 집에 가서 마누라하고 놀라는 것이 무슨 말이냐며 사표를 내라는 것도 억울한데 30년 가까이 쌓아 온 공직자로서의 자긍심마저 송두리째 뽑아버리면 어떡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양수산부의 C과장은 국가를 위해 평생을 보낸 분들에게 그렇게 심한 말을 해야 하느냐며 적어도 인사보좌관 정도라면 남의 가슴에 비수를 꽂을 수 있는 말은 삼가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 보좌관의 말이 새 정부의 인사 방침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새 정부 출범 후 청와대와 정부는 줄곧 다면평가 등을 활용해 그동안 관행처럼 굳어 온 고시 기수나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를 타파하고 능력 위주의 인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보좌관은 1급 이상 공무원들의 진퇴를 복권과 같은 운으로 돌림으로써 이 같은 방침을 무색케 하고 있다.

행자부 간부 D씨는 1급 간부들의 운명을 시대적 흐름인 운에 맡기라는 것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대통령선거 때 특정 후보에 줄을 서라는 것과 같다며 인사 보좌관의 말을 들으면 능력 위주의 인사를 하겠다는 새 정부의 인사방침이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E국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런 식으로 공무원 조직을 흔드는데 이번에는 너무 심한 것 같다며 인사보좌관의 말은 직업공무원제의 기본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현두 ruchi@donga.com